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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보다 예쁜 여자 Jun 07. 2024

오키치의 비운의 향기가 담긴 시모다의 수국

일본 이즈반도 시모다(下田) 여행



‘6월의 꽃’ 하면 바로 수국이 떠오른다. 일본 이즈반도 시모다 (下田) 시의 시화(市花)는 수국이다. 그만큼 시모다의 수국은 특별하며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기 전인 2019년 6월, 시모다 여행을 하고 한국에 오자마자 공방에 틀어박혀 수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침 7월에 미술대전이 있어 출품했는데 좋은 상을 받았다. 고맙기도 한 곳이 시모다이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일본의 시즈오카현 동쪽에 있는 반도인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しもだ)는 험난한 산들과 많은 모래사장 및 후미를 포함한 약 47km에 이르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경관을 보이며, 일본 최초의 개항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수국 외에 특별한 세 가지를 더 꼽을 수 있는데, 바다, 온천, 비운의 여주인공 게이샤 (藝者, 기녀) 오키치(お吉 )이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지인의 행사에 초청받아 요코하마 여행을 한 후, 기차 특급을 타고 시모다로 향했다. 기차역인 시모다역으로 보통 호텔이나 료칸에서 운행하는 미니버스들이 마중을 나온다. 인터넷에서 고른 그리 비싸지 않은 시모다의 호텔은 진기한 꽃들로 싸여 아열대 지방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언덕 위에 위치한 호텔의 창문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호텔 맨 위층에 위치한 노천탕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며 하는 온천욕은 지금도 다시 가고 싶게 한다. 일본은 나에게는 아주 친숙하다. 조각을 다 맞춰보면, 합해서 7년 정도 살았다. 일본의 많은 곳을 경험할 기회도 많았지만, 잊히지 않는 곳이 바로 시모다 (下田)의 온천이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시모다 (下田)의 바다에는 일본 역사의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시모다항은 에도 시대에 에도로 가는 모든 선박들이 안전을 위해 정박해야만 했던 주요 항구였다. 미국의 함대들의 선체는 검은색이었기에 ‘흑선 (黒船, くろふね, 구로후네) 내항‘이라 불리기도 했다. 1854년 미국의 페리 제독 (Matthew Perry) 이 함대를 이끌고 와서 통상을 위한 수교를 압박해 미일화친조약이 성립되어 시모다는 미국에 개항되었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1854년, 일본인 요시다 쇼인(吉田 松陰) 이 흑선(黒船)에 몰래 탑승하려다 실패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서양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적을 알아야 하기에, 요시다 쇼인은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밀항하려 했다고 전해진다. 감옥에 수감돼 풀려난 후, 요시다 쇼인은 모여드는 제자들을 가르치며 에도 막부에 반대하다 29살에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영웅시되기도 한다.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伊豆半島, いずはんとう )에 위치한 시모다 (下田 )



요시다 쇼인이 흑선(구로후네)에 타고 내린 곳 두 지점을 찍어 왔는데, 그 거리를 보면 타자마자 바로 쫓겨났음을 알 수 있다.



시모다 (下田 ) 요시다 쇼인이 흑선을 탄 지점과 쫓겨난 지점



페리제독의 미일화친조약 후 1857년, 초대 미국 총영사 타운젠트 해리스(Townsend Harris)가 파견되어 일본과 미국 간 일미외교가 시모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시모다의 옥천사(玉泉寺ぎょくせんじ교쿠센지 )에 일본의 첫 미국 영사관이 개설되었고, 옥천사는 지금은 35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 되었다.



)시모다  (下田 ) 옥천사(玉泉寺ぎょくせんじ교쿠센지 )



시모다에 온 초대 미국 총영사인 타운센드해리스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일본은 16살의 게이샤 오키치(お吉, おきち)(1841~明治24년) 를 해리스의 시첩으로 들여 간호하게 했다.


1858년, 미일수호통상조약도 체결된다. 1859년 외국과의 교역을 위해 요코하마 항이 개설되면서 시모다 항은 문을 닫았고, 미국 영사관은 옥천사(玉泉寺교쿠센지)에서 에도로 이전되었다.



좌: 옥천사(玉泉寺ぎょくせんじ교쿠센지 ) 일본과 러시아 제국 또한 시모다에서 협상을 하여 1855년 시모다(러일화친) 조약이 맺어졌다. 우:해리스기념관



총영사가 귀국하며 오키치(お吉)는 버려졌다. 사람들은 오키치를 외국인과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라며 멸시를 했다. 괴로워하던 오키치는 옛 연인이던 쓰루마쓰 (鶴松)와 동거하나, 술에 빠져 병들어 50 살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었다.



龍馬が飛ぶ お吉が眠る 용마가 날고 오키치가 잠들다, 보복사(宝福寺)



게이샤 오키치가 세상을 떠나자, 보복사(宝福寺)의 주지승이 오키치를 불쌍히 여겨 보복사(宝福寺ほうふくじ, 호우후쿠지 )에 묻어주었다. 오키치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전해지나, 비극적인 생애는 일치한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보복사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좌:보복사(宝福寺ほうふくじ) 우: 오키치(唐人お吉記念館)기념관



비극의 여주인공 게이샤 오키치는 뒤늦게 세상에 알려져 소설로, 노래로, 춤으로 소개되어 이제야 일본인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호텔 식당에서도 저녁식사 때 게이샤 오키치(お吉 )를 기리는 춤을 공연했다.



호텔 식당에서의 게이샤 오키치(お吉 )를 기리는 춤 공연



시모다 (下田)는 작은 도시라 유적지는 그리 멀지 않아 호텔에서 걸어가서 보기 충분하다. 매년 6 월 1일부터 30일까지 수국축제가 열리는 시모다의 시모다공원까지는 걷기에는 멀어, 보통 호텔에서 버스로 운행해 준다. 시모다 공원의 산등성이를 오르며 펼치는 약 1.5킬로에 걸친 수국은 진기한 경험이었다. 처음 보는 갖가지 종류의 수국과 끝없이 펼쳐지는 수국 정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6월이 되어 수국이 떠오르면,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블로그​에 시모다의 많은 수국 사진들과 설명을 올렸다. 15초 영상 클립으​로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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