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브리지파크와 덤보(DUMBO)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허드슨강 입구에 위치한 뉴욕은 이스트강 또한 롱아일랜드 해협에서 흘러 들어온다.
뉴욕(New York, New York City, NYC)은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의 다섯 개의 자치구(borough)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곳인 맨해튼( Manhattan)의 이스트강가(East River) 씨포트(Seaport)에 들어서면 커다란 문구가 눈에 뜨인다.
씨포트는 뉴욕이 시작된 곳이며
월가를 있게 한 곳이다.
Wall Street Exists Because of the Seaport,
Where New York Begins
200여 년 동안 해운산업과 수자원 무역의 중심지로 번창했던 씨포트는 부근에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가(Wall Street)를 탄생시키고 뉴욕을 국제적인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시켰다.
씨포트의 벤치에 앉아 바로 앞에 펼쳐지는 이스트강 위의 브루클린과 맨해튼 최남단을 연결하는 뉴욕의 상징인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의 전경과 마주하면, 맞은편 동쪽으로 브루클린(Brooklyn)이 보인다.
며칠 전 읽은 브루클린에 관한 글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지금도 마크 노플러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OST가 어디에서든 흘러나오면 온몸이 굳어지면서 어찌할 줄 몰라 공황장애를 일으키곤 한다. 이 음악은 막막한 그 시절로 데려다 놓곤 한다. 영화를 볼 때마다 울고 울었던…“
“늘 연탄불이 꺼지던 청춘의 날들. 얼음장 같은 자취방에서 외투를 껴입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카세트 라디오를 품 속에 안고서 음악을 들었다. 눈물이 났다. 음악을 들으며 간신히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듣고 또 들으며 날을 샜다”
글을 참 잘 쓰는 내가 좋아하는 해조음 브런치작가의 글이다. 1990년대 후반, 해조음 작가를 외롭고 고독해서 울게 하던 청춘의 표상인 그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다.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의 곡인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OST ‘A Love Idea’는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음원으로도 우리에게 친근한 곡이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1990년 개봉한 울리 에델(Uli Edel) 감독의 영화로 엄청난 구설수에 휘말렸던휴버트 셀비(Hubert Selby Jr.)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1950년대의 미국 뉴욕의 암울했던 브루클린 부두가를 배경으로 뒷골목의 마약 중독자, 깡패, 창녀, 노동자, 도둑 등 하층민들의 원초적인 삶과 욕망, 사랑과 절망이 뒤섞인 이야기이다.
격렬한 파업에 참여하는 항만노조 부장 해리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게 되면서 여장 남자 조제트와 사랑에 빠져 공금을 횡령한다. 한편, 창녀 트라랄라(Tralala)는 순수한 선원과 사랑을 하게 되나, 그가 한국전에 참전하러 떠나자 거리의 남자들에게 짓밟힌다. 그녀를 남몰래 사랑하던 소년 스푸크가 찾아낸 그녀는 옷이 다 찢어지고 얼굴도 멍들어 죽은 듯이 누워 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 는 고속도로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Exit)를 뜻하나, ‘비상구’로 번역된 것은 주인공들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을 설명하는 듯하다.
브루클린의 부두는 암울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곳이다. 해조음 작가가 이 음악이 들릴 때면 힘겹게 건너갔던 어두운 청춘의 강이 아닌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브루클린 강가를 떠올리며 밝게 웃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름다운 브루클린을 소개해 본다.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으로 가려면 씨포트에서 페리(NYC ferry)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뉴욕의 페리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의 하나다. 자동차가 없어도 맨해튼에서 대중교통으로도 20~30분이면 닿는 곳이 바로 브루클린이며, 브루클린브리지 위 보행자통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건너갈 수도 있다.
브루클린의 덤보(DUMBO, Down Under Manhattan Bridge Overpass) 지역은 뉴욕에 가면 반드시 찾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이스트강 위의 브루클린 브리지와 맨해튼 브리지 너머 보이는 맨해튼의 전경을 보며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행복한 모습이 가득하다.
1883년 개통된 브루클린브리지(Brooklyn Bridge)는 존 A.로블링(John A.Roebling) 이 1869년 착공했으나 부상으로 사망하자, 엔지니어인 그의 아들 워싱턴이 이어 받아, 부인 에밀리의 도움으로 14년 지나 완공한 가족의 합작품이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Brooklyn Bridge Park)는 2008년에 착공, 에밀리를 기념하는 ‘에밀리 워렌 로블링 프라자(Emily Warren Roebling Plaza)’ 가 개장되면서 14년만인 2021년에 완공되었다.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 안의 투명한 큐브 형태의 유리 파빌리온 속 ‘제인의 회전목마(Jane’s Carousel)‘ 는 모두를 동심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어린아이들과 부모의 환한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1922년 필라델피아 토보건 회사가 제작한 회전목마는 제인(Jane)과 데이비드 왈렌타스(David Walentas) 부부가 경매에서 구입해, 수십 년 동안의 복원작업 끝에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에 기증해 2011년 공개되었다.
이스트강과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리지를 배경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하얀 도화지에 보랏빛으로 꿈을 칠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제 그 아이는 가죽으로 보랏빛 꽃을 만들지만, 아직도 칠하고 싶은 색이 많다.
2007년 Zagat Survey에서 뉴욕의 피자 1위로 선정되기도 한 뉴욕에서 가장 맛있다는 그리말디 피자(Grimaldi’s Pizza)의 본점도 바로 이곳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에 있다. 그 옆에는 백종원의 푸드스트리트파이터에 나와 더 유명해진 줄리아나 피자(Juliana’s Pizza )가 있다. 대기 시간이 무척 길지만, 그 시간마저 즐거워진다.
꼭 사진 한 장을 남겨야 할 곳이 있다.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은 사진이 있다는 유명한 장소이다. 브루클린 브리지와 세인트 앤스 웨어하우스(St.Ann’s warehouse) 극장이 보이는 곳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듯 사진을 남겨본다.
그 옆에는 4월부터 12월까지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인 브루클린 플리마켓 (Brooklyn flea)이 있다. 예술가들이 가져다 펼쳐놓은 다양한 작품들과 진기한 수집품들 속에서 그들의 열정을 느껴보기도 한다.
뉴욕여행을 가면 누구나 꼭 한 번쯤 방문해 추억의 한 장을 만드는 브루클린. 우리 해조음 작가에게도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으로 간직되기를 바란다.
작년 브루클린브리지파크에서 열린 연례 야외 사진전 ‘포토빌 페스티벌(Photoville Festival)’에는 수상경력이 빛나는 프로페셔널 전문사진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한국의 동물카페도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을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