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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빌리티 Dec 26. 2023

미국 언어재활사가 조급한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말 느린 아이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

육아, 왜 이렇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걸까? 

출산의 기쁨과 행복은 잠시, 행복으로 가득 차야 할 육아는 어느덧 걱정과 한숨이 앞서게 되고, 이때가 제일 예쁠 때니 이 시간을 즐기라고 하는 주변 지인들의 말도 점점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등의 육아 정보가 넘쳐나 오히려 육아가 어렵게 느껴지고 조바심이 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의 18개월'이라고도 불리는 시기부터는 인터넷 검색창에서 검색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우연인 걸까, 상당수의 부모가 처음 치료실을 방문 할 때가 18개월 즈음이다. 도대체 이때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일반적인 말도 다 알아듣고 말이 조금씩 트이면서 타인과 주고받는 교감도 터득하고 온종일 자기를 봐달라며 부모의 반응을 보며 부리는 애교 또한 부쩍 느는 시기, 자아가 형성하기 시작할 때가 바로 생후 18개월이다. 욕이 절로 나온다는 마의 18개월, 난생처음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때도 바로 이때다. 눈을 부릅뜨는 건 기본이요, 목청이 터져 나가라 ‘안돼! 엄마가 안 된다고 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아이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 수시로 불러대기 시작한다. 아이 부를 때 성까지 붙여 부르면 ‘엄마 지금 매우 진지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건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 조금만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울고, 뒹굴고, 던지고, 소리 지르고,  말그대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러다 또 조금만 무시하면 엄마가 해달라며 엄마 껌딱지로 돌아오는, 하루에도 수백 번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는 18개월 아이. 개인적으로 젖몸살 다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18개월을 세 아이를 통해 3번 마주하게 되었고, 나는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영유아기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유의미한 시기라는 걸 몸소 경험했다. 


일반적인 육아도 이렇듯 힘든데, 조금 유별나고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애로사항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 “엄마 주세요 해야지, 주.세.요. 말로 해봐!”라며 말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표면에 드러나는 ‘말'에 주목하게 되고 눈맞춤이 짧거나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을 잘 안 한다면 바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의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발달 관련해서 주변에 넘쳐나는 육아 정보는 오히려 부모를 더 초조하게 만들고, 이런 초조함이 쌓여 검증되지 않은 여러 가지 육아법을 아이에게 적용하게 만들고는 한다. 주변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기본적인 내적으로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관성과 인내를 가지고 아이를 다루는 것이 유난히 더 힘들다. 


언어재활사로서 내가 만나는 대부분 아이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통계를 보면, 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전체 인구의 대략 10%인 아주 소수다. 미국, 캐나다, 한국,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센터 상담 예약 대기가 무려 평균 1~2년, 유명한 센터는 무려 5년인 만큼 전보다 전문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무려 3~4배로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이 증가하여 대략 50명 중 1~2명이 자폐로 진단되는 추세다. 이렇게 자폐 진단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조기 진단을 받는 가정들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런 뉴스나 통계로 인해 더 조바심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생후 36개월쯤에 진단을 받는다. 일부 아이들은 18개월 이전에도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만 ‘스펙트럼'이다 보니 장애의 범위와 정도가 넓고 다양하므로 증상이 혼돈되는 경우도 있고 명확하게 구별하기 힘들어 36개월 미만의 경우 쉽게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생후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에 아이의 뇌신경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언어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이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혹시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증만으로 아이를 자폐로 진단하고 방치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이 중에는 원래 말이 좀 느린 아이도 있고, 말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아이도 있다. 이후 언어 발달 전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금, 적절한 언어 자극을 주는 집안 환경을 함께 만들어 보길 바란다. 


나는 언어치료 전문가지만, 아이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전문가는 발달 지연의 근본 원인을 알려주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부모에게는 불안을 덜어주며, 그 둘의 균형 잡힌 일상의 행복을 지속 가능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또한, 부모를 아이의 전문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를 통해 기본 언어 발달 과정과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시각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 아이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 이면에 있는 원인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이해하여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고, 내 아이의 전문가로서 적절한 정보를 분별하고 통제하여 주변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아이에게 맞는 맞춤 육아법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누군가가 말했다. 아이는 매일 매일 부모를 용서한다고. 우리가 아무리 심하게 화를 내도, 짜증을 내도 잠시 후면 다시 부모를 보고 방긋 웃는다. 앞서서 말했듯, 우리도 이런 아이들에게 배우고, 계속해서 아이를 알아가려고 노력하며, 내 아이에 한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내가 바라보는 육아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에 있다. 엄마로서 이미 당신은 우리 아이의 최고 전문가다. 엄마는 대단한 능력도, 화려한 경력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만큼 아이가 걸어갈 길을 잘 인도해 줄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꾸 자신의 부족한 모습만 떠올라서 힘들고 괴롭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함께 사용하는지에 따라 우리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비록 내 아이는 느리지만 어쩌면 자신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를 보채고 닦달하는 시간 대신, 분명히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모습을 감사하는 노력이 아이의 행복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다른 또래 아이들이 아닌, 내 아이를 기준으로 삼고, 아이의 행복을 목표로 삼아 보길 추천한다. 지금 아이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씩 한 계단 더 위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올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도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분명히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 아이가 또래보다 말은 느리지만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만큼 한발 물러서서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자. 부모와 아이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아이 안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행복하고 건강한 내일을 함께 꿈꿀 수 있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아이와 한 번 더 눈을 마주치고, 한 번 더 소통하며, 조급함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돌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삶과 육아에 지친 당신을, 안전한 항구로 인도해 줄 한줄기 등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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