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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빌리티 Jan 03. 2024

우리 아이도 언어치료 받아야 할까?

0~5세 영유아 전문 미국 언어재활사가 알려주는 치료 기준

영유아기 언어발달을 평가할 때면 몇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지보다 맥락 안에서 적절한 반응을 하며 원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지를 관찰한다.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기준으로, 말은 느리지만 알아듣는 데는 문제가 없고,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게 놀고,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사 표현을 적절하게 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면서 단순히 말만 느린 아이의 경우라면, 언어치료를 받지 않아도 때가 되면 말이 트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람, 상황에 관심이 적고, 또래보다 놀이 패턴이 단순하고, 말을 잘 못 알아듣고,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고, 대화에 주의를 잘 기울이지 못한다면,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늘고 있는지 2주 간격으로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36개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전반적으로 언어 발달이 현저히 지체되어 있다면 명확한 전문가의 진단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후 10개월~12개월 무렵 첫 단어를 말하고, 18개월 무렵에는 50개 정도의 단어를, 24개월이 되면 30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하게 된다. 특히 18개월~24개월 사이에는 어휘가 6배가량 급속하게 증가하는 ‘어휘 폭발기'가 찾아온다. 생후 18개월 전후로 아이는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일주일에 무려 10개에서 20개 정도의 새로운 단어를 빠르게 습득하게 된다. 대부분 부모가 ‘아이 앞에서 말조심해야겠다'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도 이쯤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대로 18개월에서 36개월까지는 2주 간격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언어 기능은 크게 표현 언어, 수용 언어, 화용 언어로 나뉘어 있다. 표현 언어란 의사 표현하는 능력이고, 수용 언어란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며, 화용 언어는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까까' 하며 과자를 달라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표현 언어, 아빠가 ‘까까 줄까?'라고 했을 때 그 말을 알아듣고 신나서 과자 봉지를 들고 오는 행위는 수용 언어, 아빠가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 그 질문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화용 언어다. 사회에서 언어를 인사, 요청, 요구, 명령과 같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바로 화용 언어의 기능이다.  보통 말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몇 개의 단어를 말하는지, 즉 표현 언어에 집중하게 되어 화용 언어는 간과되기 쉽다. 


또한 이는 사회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말이 느린 많은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까까 줄까?’라고 했을 때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이건 뭐야?’라고 질문만 하거나, 한정된 언어 기능만 보이거나, 혹은 친구가 인사를 해도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화용 언어 능력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화용 언어에는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는 표정, 몸짓, 목소리 톤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해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도 포함되며 이러한 기술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부모는 표현, 수용, 화용 언어를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 단순하게 말을 이해하고 말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아이 안에 있는 언어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적용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말이 느린 많은 아이들의 경우 상호작용이 주는 즐거움을 아직 느껴 보지 못한 아이들이 정말 많다.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언어라는 수단을 쓰게 되는데, 말이 느리면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같이 놀고 싶어도 잘 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또래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사회적 관계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대화의 전환, 순서, 및 적절한 눈 맞춤 등 기본적인 의사소통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서 주변으로부터 거절당하거나 지적을 많이 받는 경우가 허다해 점점 상호작용이 어려워 수 있다.


이렇듯 아이가 언어라는 수단을 써서 ‘엄마!’라고 부르기까지는 언어적인 영역 외에도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발달 요소들이 자극되어야 하고  단순히 ‘말’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언어 영역을 관찰해야 한다. 각 발달의 단계를 거쳐 가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언어 발달 단계의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이 느려 언어 치료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면, 시기별로 전반적인 언어발달을 점검해 보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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