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체/랑탕
산장에서의 밤은 쌀쌀했지만
이불 두 겹에 옷도 여러 겹 입고
나름 따뜻하게 잘 잤습니다.
오늘은 해가 지기 전에 랑탕마을까지 가야 합니다.
어제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하며
아침 식사를 한 뒤
부지런히 길을 나섭니다.
일찍 나가는 친구도 있고
늦게 나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각자 속도에 맞추어 갑니다.
가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되더랍니다.
쉬다가 마주치면 이야기하고, 같이 걷고
초콜릿도 나눠먹고 합니다.
그러다가 만난
멕시코에서 온 살바도르네 가족입니다.
살바도르 부부와 레오와 까로
아들 레오는 열 살, 까로는 일곱 살이라는데요.
나무 지팡이를 짚고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
레오와 까로는
영어와 스페인어, 네팔어를 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걱정하지 말랍니다. 아주 많답니다.
최고의 학교는 가족이고
최고의 선생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살바도르네 가족과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오랜 시간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만난 살바도르가
다음 행선지로 스리랑카를 추천해 줬는데
그 말 한마디에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사기도 했습니다.)
고도 3000미터를 지났습니다.
햇볕은 강해지는데, 공기는 차가워지네요.
계속 걷다 보니 3400m에 위치한
랑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랑탕마을의 위치는
지금 위치해 있는 곳보다 아래였는데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엄청난 규모의 산사태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고 해요.
지금은 돌무더기만 가득합니다.)
다섯 시가 되어 도착한 랑탕마을입니다.
금방 해가 저물었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림체에서 그랬듯
난로 앞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산장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산에 머무르는 동안
인터넷 세상 대신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자 가져온 간식도 먹고요.
별안간 돈도 아끼고,
새로운 우정을 만들어갑니다.
오늘 저녁은 컵라면입니다.
상준형님이 카트만두에서부터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던
컵라면 그리고
야채모모, 볶음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끔 감탄사와 추임새를 넣고는 하는데
프랑스친구들이 제 감탄사를 듣고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하고
아주 궁금해했습니다.
어느덧 깜깜한 밤이네요.
오늘도 하늘에 별이 많이 보여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산중에서 사흘을 보냈습니다.
아무런 탈 없이 무난하게
시간이 흐르는 듯했지요.
그러나
위기는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하죠.
제대로 한방 먹었습니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머리가 아파 깼는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 바람을 쐬는데도
좋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이불을 둘러싸고
끙끙 거리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직 조금 더 올라가야 하는데
산행을 잘 마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