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새벽공기
신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유난히도 지랄 맞은 환자가 한 명 있었다. 다들 보기 꺼려하고 어려워하는 환자였다. 소위 진상환자였다. 내 세상 속 사람들은 진상이라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환자분을 대하기가 참 어려웠었다. 참 바쁜 순간에도 날 괴롭히던 그 환자. 내가 신규 간호사인걸 오래된 병원 생활로 눈치챘었던 것 같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때는 참 보기도 싫었고 진상을 피울 땐 한 대 쥐어박고 싶기도 했다. 그 환자분을 응대하는 동안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겨울, 새벽 공기가 코 끝을 시리게 할 때였다.
아침 출근을 한 나는 그 환자분이 처치실에 나와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출근한 지 머지않아 arrest, 심정지가 오셨다. 이미 연명중단 동의를 받아두었기에 더 이상의 처치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근무 첫 임종을 맞이했다. 보호자들의 오열과 그를 쓰다듬는 가족의 손짓이 생각난다. 그렇게 유난이었던 환자도 가족에게는 사랑을 베풀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동안 내가 너무 모질게 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지 않으셨더라면, 밖에서 마주쳤더라면 어디선가 웃으며 농담을 건네지는 않으셨을까. "왜 남들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신지!" 하던 나에게 첫 임종을 정리하는 순간은 내 무너진 도덕감을 되돌아보게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임종을 목도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
의식을 잃기 전까지 간호사에게 감사함을 전하던 분, 보호자와 주변 정리를 하던 분, 저혈당이 나 때문에 왔다고 역정을 내시던 분 등등.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길. 너무 아프고 힘들어하시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간호사로써 그러하시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