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공감과 배려
▲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an) © Adobe Stock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이 있다. 언제나 함께하고 있으니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공기 중에 산소가 없으면 우리는 불과 몇 분 안에 목숨을 잃는 수도 있다. ‘미세먼지’라는 용어가 일상화되기 전에는, 흰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과 멀리 시선 닿는 곳의 산자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청명한 날씨와 맑은 공기에 고마움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한 인간이 생명체로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골격, 근육, 신경, 혈관, 각종 장기 등 수많은 기관들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중 한 곳이라도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내 질병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건강유지를 위해 꾸준히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 왔다. 신체 각 부위에 적합한 스트레칭을 비롯해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지속하고 걷기와 가벼운 달리기를 병행한 관계로 이 나이에도 크게 불편한 곳은 없다.
어느 날, 늘 하던 대로 강변 산책로를 가볍게 달리는 도중에 무릎이 조금 불편해서 곧 중단하고 별문제 없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나는 한걸음을 뗄 수 없게 무릎통증이 심해졌다. 겉으로는 붓기도 없고 충혈된 것도 아닌데 그냥 걸을 수가 없다. 결국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촬영을 했으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그 연세에 달리기는 왜 하십니까?”라고 묻는다. 나는, “늘 하던 운동입니다.” 의사, “아 그러시군요 …” 진료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까지 갔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그 후로 거의 2주가 넘도록 나의 모든 운동이 중단되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달리기는 멈춘 상태이다.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데, 그 말을 증명하고 있는 모양새다.
걷지 못하면서, 평생 동안 나를 지탱해 준 나의 ‘몸’을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과 기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는데 문자 그대로 필수불가결한 부분에서 눈이 멎는다. 우리 몸에 있는 3개의 ‘목’이다.
* 목: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행동을 관장하는 머리와 몸통을 연결한다.
* 손목: 삶에 필요한 온갖 활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손과 팔을 연결한다.
* 발목: 몸을 지탱하고 가야 할 곳에 데려다주는 발과 다리를 연결한다.
어릴 적 운동장에 모여 맨손체조를 한 기억이 있다. 목운동을 하고 손목을 돌리고 발 끝을 땅에 대고 발목 돌리기도 했다.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몸을 풀어주는 기본 동작이었다.
발목이 조금 삐끗하거나 무릎 한쪽이 불편하니 한걸음 떼기가 어려웠다. 창밖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부려먹기만 했던 내 몸의 작은 부분이 실은 나를 지탱해 준 일등공신이었다.
‘그대들 없이는 잠시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부모, 형제, 부부, 가족, 친구와 동료까지 공기처럼 스며들어 살아가다 보니 고마움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 몸의 ‘목’을 풀어줘야 신체활동이 원활하듯이, 화평한 인간관계를 위해 감사함을 표현하자. 작은 감사의 한마디가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한다.
※ 참고: 항상성(Homeostasis)이란 생명체의 생존과 최적 기능 유지에 필요한 모든 유기체 시스템 간의 물리적 및 화학적 조건의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유기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응하여 체온, 혈압, 호르몬, 체액 등 변수를 사전 설정 한계(항상성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끊임없이 조절된다(출처: https://www.nih.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