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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ene Sep 24. 2024

미국 일상 들여다보기: 쇼핑 관행 - 100% 머니백

<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가치관과 삶

▲  백화점 뷰티 홀  © https://www.telegraph.co.uk






우리가 오랫동안 일정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일상적이며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기존의 생활환경과 다른 해외생활이나 여행을 하게 되면, 평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다 선명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짧지 않은 미국생활과 해외여행 중 실감한, 한국의 일상과 다른 몇 가지 경험을 되돌아본다. 요즘은 인터넷몰 등에서 비대면으로 원하는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대세지만, 동네나 도심지의 백화점, 쇼핑몰 등을 방문해서 필요한 것을 직접 사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잘 사용하던 전자기기가 갑자기 멈추게 되어 가까운 몰을 찾아 수리를 하거나, 안되면 새로 살 계획이었다.


다행히 같은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수리 가능여부와 절차를 문의하는데 직원의 응대에 순간 놀랐다. 영수증을 제시하자 동일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면서 몇 달 전 보다 판매가격이 내렸다며 그 차액까지 되돌려준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곳에서 판매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수개월 전 다른 주(State)에서 산 제품을 영수증 확인 후 요구 하지도 않은 신품교환과 구매자가 모르는 차액 환불까지 해준다. 


한국의 관행을 되돌아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게 문 여는 이른 아침에 물건은 사지 않고 교환만 하러 간다는 것은, ‘재수 없이 아침부터’라는 상인의 뒷소리가 뒤통수를 때릴 것 같은 부담감에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한 번은 남성전문 의류샵에서 남편의 흰색 드레스셔츠를 산 적이 있다. 그중 몇 장은 착용 후 세탁을 한 결과 디자인 변형이 생겼다. 다른 옷 구입 차 그 상점을 다시 방문하여 변형된 셔츠를 보여줬더니 두말없이 신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그 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들의 상(商) 관습이 우리와 크게 다름을 알게 되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소비자 보호 관련 시스템과 법률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영수증 제시 만으로 교환과 차액 환불이 쉽게 가능한 것은, 그들의 환불 보장(Money Back Guarantee) 또는 소비자 만족 보장(Satisfaction Guarantee) 제도와 판매자의 최저가격보장(Lowest Price Guarantee, Price-matching Guarantee) 마케팅 기법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국 연방규정(16 CFR § 239.3)에 따라 판매자 또는 제조업체는 광고에 ‘만족 보장,’ ‘환불 보장,’ ‘무료 체험’ 등 그와 ‘유사한 표현’을 언급하면, 구매자의 요청에 따라 “광고된 제품의 전체 구매 가격을 환불하는 경우”에 만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다. 위의 ‘용어’ 사용 광고는 잠재 구매자가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분명하게 적용상 모든 실질적인 제한 또는 조건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100% 환불 보장, 만족 보장 마크  © Adobe Stock



미국은 우편판매나 온라인 판매의 경우 이 제도가 잘 정착되어서, 제품 구입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수증 동봉하여 반품할 경우 추가 비용 없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과 서비스의 경우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환불신청은 제품 구입 후 3개월 정도까지 가능하지만, 30일 이내로 기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품 하자나 고장 시에는 규정된 보증기간(예, 1-3년) 동안 무료 수리 또는 교환도 가능하다. 부담 없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유용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제도를 영업전략으로 활용하는 업체가 많지만, 단순 변심의 경우 반품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제품 개봉 또는 사용 시 제외, 적용 예외조항, 환불신청기간을 제품수령 후 7일 등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제도의 과다한 적용 예외조건, 번거로운 제품 반송과 환불절차, 처리기간 장기소요로 미국에 비해 제도의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생각이다.


단기간에 기존의 쇼핑 관행과 다른 제도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변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제조업체, 판매자, 구매자 그리고 이 제도 운영에 필요한 연관 결제·물류 시스템 등이 서로 협업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참여자 모두가 그 성과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제도라도 장·단점과 제한점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변화라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여 보다 성숙된 쇼핑 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구매 후 몇 번의 환불 절차에서, 메일을 보내고 통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겪으면서 미국의 실용적인 제도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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