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가치관과 삶
▲ 미국 쇼핑몰 내부 © https://www.chicagotribune.com
국내외 불문하고 기업의 소비자 마케팅 기법은 원플러스원(1+1), 반값할인, 무료체험(Free Trial), 평생품질보증(Lifetime Warranty), 만족보장(Satisfaction Guarantee), 최저가격보장(Lowest Price Guarantee, Price-matching Guarantee), 환불보장(Money Back Guarantee)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고 흥미롭다.
우리가 미국에서 경험했던 편리한 교환, 반품, 환불은 위의 몇 가지 기법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여행가방 회사 투미(Tumi)의 일부 가방은 평생품질보증에 더하여, 제품 일련번호와 발송주소를 표시한 태그를 제품에 부착해서 습득 시 구매자에게 분실물 회수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업체는 왜 제품을 한 달 가까이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무조건 환불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일까? 소위, 양도회피효과(Divestiture Aversion), 소유효과(Ownership Effect)라고도 알려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이라고 한다.
보유효과는 행동 심리학의 원리로써, 현재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를 소유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의미한다(출처: https://apa.org). 즉, 갖고 있는 물건을 포기하고 다시 같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현재 갖고 있는 물건을 그대로 보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며, 마케팅과 투자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론 중의 하나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미리 사용해 보고 만족할 때 구매하면 되므로 구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업체는 신뢰도를 높여서 판매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신의·성실에 기반한 소비 관행이 전제될 때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제품만 공짜로 사용한 후 타당한 사유 없이 터무니없는 환불을 요청하거나, 온갖 꼬투리를 잡아 환불을 미루고 거절하는 양상을 어렵지 않게 듣곤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텐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일부의 행태가 몹시 안타깝다.
우리는 주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신선식품은 가까운 수퍼마켓과 마트를 이용한다. 간혹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내가 불편하지 않게 남편이 항상 먼저 문을 열고 잡아 준다. 유모차를 밀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도 기꺼이 그렇게 한다. 언젠가 남편이 문을 잡고 서있는데, 뒤에서 오던 어떤 건강한 여인이 갑자기 나를 제치고 아무렇지 않게 문으로 먼저 쏙 들어간다. 지나치게 당당하다.
쇼핑몰을 가면 거의 예외 없이 카트를 밀며 부딪쳐도, 물건 고르는 나와 진열대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도, 망설이거나 미안해하는 표정은커녕 오히려 태연한 사람들을 대하면 여전히 당혹스럽다. 좁은 땅덩이의 환경과 치열한 삶의 현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수록 각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미국 쇼핑 관행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Sorry”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 나를 밀쳐낸 사람에게 오히려 "미안합니다"를 먼저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 조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서로 눈인사 정도는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