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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ene Nov 08. 2024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가치관과 삶

▲  시니어 플래닝(Senior Planning)  © https://alliancelexington.com






한 사람의 일생, 출생에서 영면에 이르기까지 여정은 보편적으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할 것이다.

나의 의지와 무관한 탄생, 나의 의지가 배제된 성장, 나의 의지가 무시된 성년, 나의 의지가 소멸된 중·장년의 인생길을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 처음 눈을 떠보니 어느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있다, 흙수저에서 다이아몬드 신분까지

 • 양육자의 의지대로 성장하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무조건적 사랑과 갈등 속에서

 •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나의 의지는 무시된다, 조직(직장)의 간섭과 명령 속에서

 • 나의 의지는 어느새 소멸되어 중·장년이 된다,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 낀 세대로


▲  인간의 생애 주기(Human Life Cycle)  © Psychoshadow


이러한 일생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나의 의지를 내세워 준비할 수 있는 단계는 은퇴 후 자신의 삶일 것이다. 이 마저도,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 확고한 결단이 없으면 나를 위한 삶을 실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일상적인 한국의 가족제도에서, 부모자식 사이의 경제적·정신적 완전 분리 독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오늘날은 전 세대에 걸쳐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며, 당연시되던 기존의 가족제도 및 결혼 형태에도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나는 전쟁과 휴전, 혼란과 격동, 사회·경제적 대 변동기를 경험하며 현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역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나로서는 때때로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젠 ‘노년’의 사회적·법적 정의(定義)가 새롭게 논의되고 인식의 재정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노년세대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노인들 스스로 후세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모든 것에 우선해 중점을 둘 일은 스스로의 건강관리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배우고 일할 수 있으며, 주변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웰빙(Well-being)과 더불어 웰다잉(Well-dying)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이다. 데이비드 재럿(David Jarrett)의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33 Meditations on Death, 김율희 역)>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치매’ 일지 모른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모든 기억과 통찰력과 감정과 더불어 서서히 죽어간다.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망자란 우리 사이를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주로 보이지 않게 장기보호시설에 앉아 있는 기억에서 지워져 간 사람들을 뜻한다” (출처: 상기 번역 본 일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망자(亡者)’가 아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자신의 살아온 흔적이 점점 지워지고 가족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삶을 일컫는다.


▲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 https://siliconeer.com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Death Planning(죽음 계획, 생애 정리 서비스)’이 유행이라고 한다. Wedding Planning이 아름다운 삶을 설계한다면, Death Planning은 생의 마지막 여행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죽음을 직시할 때 비소로 인생을 명확하게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곧 삶이다, 죽음을 당하지 말고 맞이하자. 삶의 마지막은 우리가 주변에 준 사랑과 비례한다”(유성호 교수).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The End’ by Paul McCartney).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폴 매카트니가 주는 아름다운 글이다.


이미 살아온 날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욱 소중한 이유이다. 현재의 삶을 더 건강하고 충실하게 살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스스로 원하는 마지막 모습에 걸맞게, 나에게 주어진 살아갈 날들을 아름답고 가치로운 것들로 채워야 하겠다. 어느 날 미련 없이 비우기 위해서!



※ 참고: 생애주기는 행안부(https://www.gov.kr) 등의 규정보다는, 작가 관점의 일상적인 사회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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