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비싼 교훈
슬픔과 힘듦의 크기를 재는 버릇이 있다.
내가 더 슬프고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 정도면 괜찮은거야. 슬픈 기분은 삼켜. 너 그 정도는 어디가서 힘들다고 말할 것도 아니야.’ 하기 위해서.
그런데 어떤 날은, 그렇게 고이 접어 쑤셔 넣은 슬픔과 우울이 비죽 삐져나올 때가 있다. 용량이 다차서 그런가보다하고 비우면 될 일이지만, 한 번 우울 상자를 열면 캐캐묵은 일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왜 이정도는 힘들다고, 슬프다고 말하면 안되는거야?’ 하는 억울함이 마음을 온통 차지해버린다. 마음 속으로는 안다. 누구나 자신이 짊어진 어려움의 크기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 그럼에도 먼저 알아주길 바란다. 내가 스스로한테 해주지 못한 말을, 남이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힘들지? 네가 힘들다고 느끼면 그게 힘든거야. 그래도 돼. 괜찮아.’ 그말을 내 자신에게 해주기가 참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참아내다가 곪아 터지기 직전에 갔을 때는 이제 내 문제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문제로 번져버린다. 마음이 비좁아진 탓에, 다른 사람의 힘듦과 슬픔에 훈수를 두려고 하고, 나도 참아내고 있다고 내비치고 서운해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머리로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남편이 우스겟소리로 나를 공자, 맹자 다음가는 ’강자‘라고 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말은 번지르르하고 해탈해서 사리가 오천개쯤 나올 듯 하지만, 정작 행동은그렇지 못하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냥 힘들 때는, 슬플 때는, 우울할 때는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우리 정말 고생하고 있다. 하면 될 일이다.
거기에는 내가 널 다 이해해줄게, 난 괜찮으니까하며 체면 차릴 것도 없고, 네가 힘들다는데 나 힘든걸 말해도 되나 하며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의미없는 저울질에서 벗어나서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너도 그랬어? 나도 요즘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