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Intro, 오키나와섬 나하
작년 1월부터 여행한 해외를 열거하면; 도쿄, 시드니, 타카마쓰, 홍콩, 상하이, 이시가키 인데, 참 많이도 다녔다. 최근인 올해 4월에는 이 중에서 '이시가키'라는 곳을 다녀와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글을 써야 할 재료가 아직도 많은데, 올해 열거한 도시들에 대한 글들도 천천히나마 모두 써볼 계획이다.
이시가키는 또 어디인가. 이 녀석 또 이상한 데를 갔구나 싶을 것이다. 인천에서 오키나와섬 나하까지는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여기서 일본 국내선을 타고 남쪽으로 1시간을 더 가면 '야에야마 제도'라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들이 있다. 이번에는 이 '야에야마 제도'의 작은 섬들을 구석구석을 여행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번화한(?) 섬이 이시가키이다 (참고로 이시가키의 인구는 4만7천 명이다). 이시가키에 숙소를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이시가키에서 보냈기에 이번 여행기는 '이시가키 유람기'로 정했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직항으로 갈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는 섬이기에 방문한 한국인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오키나와섬에 비해서 정보도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오키나와 본섬보다 정말 깨끗하고 조용한 바다가 많았고, 오키나와의 전통을 더 잘 보존한 가옥들도 많아서 여행을 권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미리 말하건대, 일본어를 아예 못한다면 혼자 여행하는데 난이도는 조금 있는 여행지이기도 할 것 같다. 그러기에 이번 유람기는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최대한 주는 방향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다른 일본 여행지에 비해 정보는 다소 적은 이시가키 섬이지만, 감사하게도 '오키나와 달인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맑은 바다가 있어서 바다와 관련된 투어들이 있었는데, 'Klook'이라는 사이트에서 액티비티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류의 투어는 최소 2명은 있어야 진행이 되기에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다. 더욱이 미리 준비를 해갔으면 좋을 텐데, 늦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액티비티를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혼자 돌아다니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함을 깨닫게 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예약을 하더라도 투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천운에 맡겨야 하기도 하였다.
1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나하에 도착하여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푸니, 어느덧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오키나와섬은 10년 만인데 정말 10년 전이랑 거의 그대로인 것 같았다. 좋게 말하면 정겹고 나쁘게 말하면 발전이 덜 된, 그런 느낌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제일 그리웠던 게 뭐냐고 하면 바로바로 '오키나와 소바'였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한국에서는 파는 곳이 없다. 오키나와 '소바'라고 이름은 붙였는데, 사실 일본인들이 먹는 소바와는 정말 딴판인 음식이다. 일단 국물부터 주로 돼지뼈를 사용해서 국물은 돈코츠 라멘과 비슷한데, 또 미묘하게 다르다. 찾아보니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도 같이 사용한다고 하니 그 이유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바면은 일반적으로 메밀인 반면에 오키나와 소바의 면은 일반적인 밀가루이다. 면이 겉보기에는 칼국수 같이 생겼는데, 칼국수처럼 호로록 넘어가지도 않고, 칼국수만큼 찰기가 있지도 않아서 씹으면 뚝뚝 끊긴다. 좀 더 요약하자면 겉은 칼국수처럼 생겼는데, 촉감은 파스타에 좀 더 가깝달까. 사실 그래서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면이 좀 만들어지다 만 느낌이라 그런지 호불호가 좀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본인은 굉장히 좋아하는데, 내 주변 한국인들은 불호가 더 많았다. 그리고 오키나와 소바는 무엇보다도 토핑이 기가 막힌데, 보통 돼지갈비, 삼겹살, 족발 이 세 개를 토핑으로 많이 쓴다. 동파육 같은 간장 베이스 소스에 절여져서 보통 고기는 세 덩어리가 면 위에 올라가는데, 고기가 정말 말 그대로 살살 녹는다. 면은 싫어해도 토핑으로 올라가는 돼지고기는 싫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왕 오랜만에 먹는 오키나와 소바인데 맛집에서 먹고 싶어서, 구글맵에서 검색한 다음 걸어서 '국제거리'의 '도라에몽'이라는 가게에 들어갔다. 허름한 식당에 일본인들만 있는 것을 보니 로컬 맛집이 맞는 듯했다. 고마워요 구글맵! 역시 이맛이지 싶었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국제거리를 산책하면서 돌아오는데, 단오가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건물 곳곳에 잉어연을 걸어놓은 곳이 자주 보였다. (5월 5월, 일본의 단오는 남자아이들의 어린이날이기도 하며, 남자아이들의 무탈한 성장을 기원하며 집 밖에 '코이노보리'라는 잉어연을 걸어 놓는다. 참고로 여자 아이들의 어린이날은 히나마쓰리로 3월 3일)
저녁 먹고 시간이 애매하여, 어디 갈까 하다가 2015년에 생겼다는 큰 쇼핑몰인 이온몰 라이카무를 가보기로 하였다 (본인은 온천을 몹시 좋아해서 온천을 갈걸 나중에 후회는 되었다). 나하시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올라가니, 조용한 마을에 뜬금없이 큰 쇼핑몰이 나타났는데 가보니 온갖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전자제품, 악기, 식품, 의류 등등 거의 웬만한 건 여기서 다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당초 여행 와서까지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긴 하다만, 스케줄이 애매하여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엔 괜찮았다.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내일 아침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