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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A Apr 25. 2024

카공족이 얄미운 이유는 무엇일까?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원칙부터 K-양심까지



 최근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스타벅스 지점에 노트북뿐만 아니라 거치대, 모니터까지 설치하여 무엇인가 하는 사진이었다.





 사실 스타벅스는 본사의 정책상, 매장에 들어온 모든 이를 고객으로 간주한다. 전 지점이 직영으로 운영되기에 소상공인 매출과 직결되지 않아서인지 '카공은 스타벅스에서 하는 게 덜 눈치 보인다.' 라 이야기하곤 한다. 영업방침으로도 문제없고, 카공족으로 인한 스타벅스 매출 걱정을 하느니 오늘 먹을 치킨이 후라이드일지 양념일지 고민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 스타벅스'의 카공족은 얄미운 걸까?


 카공족에 대한 이슈는 늘 갑론을박이지만 의미를 정리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카공족을 누구나 민폐라고 생각할 법한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며 4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을 말하겠다. 아마 장시간 체류로 인해 끼니를 챙기러 나가는 듯하다.




BTB 이창섭님 입덕 콘텐츠. 그의 명석함에 매 화 마다 놀라게 된다.




 그들의 행동이 민폐인 이유는 회전율, 상도덕 등 다양하겠지만 문득 최근에 시청한 유튜브 콘텐츠 전과자 [국민대 법학과]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노사관계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던 교수님이 '정당한 기대권'에 대해 강의하며 우리 법 제도는 타인이 나에 대해서 갖는 믿음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기반이다,라고 설명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고등학교 법과 사회 시간에 배웠던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도 기억의 저편에서 끌려 나왔다.




신의 (信義) 믿음과 의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카공족이 자리 맡아두고 밥 먹으러 갔다고 무슨 법이 나오고 신의성실의 원칙까지 나오냐,라고 할 수 있겠다.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 물론 확대 해석한 감이 있지만, 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K-양심이라는 게 있다.




출처: 유튜브 MBC every1




'한국인은 좋은 자리만 탐낼 뿐 그 자리에 있던 노트북과 핸드폰은 관심도 없다.' 

'한국은 자전거만 훔쳐가고 남의 짐은 관심도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자리를 맡아놓고 음료를 주문하고 오고,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복도에 짐가방과 옷으로 대기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나라이다. 물론 도난 사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자전거 외에 다른 건 안 훔치는 게 국룰 아니냐'라는 밈이 댓글로 달리며 해당 가해자를 한 목소리로 비난한다. 또한 CCTV 설치 최상위권인 국가인 만큼 절도를 당했을 때 타 국가에 비해 피해자를 특정하기 쉬운 이유도 있겠다.


 이 밈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왜 하필 자전거는..?'이라고 호기심을 갖기도 하고 양심적인 한국인이라는 나도 몰랐던 내 안에 감춰왔던 국뽕 양심을 느끼기도 한다. 여하튼 K-양심이라는 현상에 대해 다들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전거 절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출처: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56246625636736&mediaCodeNo=257




 물론 절도를 행한 사람이 나쁘다. 그렇지만 인간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 해외에도 카공족은 있다고 하지만 고가의 전자기기를 두고 자리를 부재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심지어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눈 깜짝할 새에 훔쳐간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밥을 먹으러 다녀온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즉, 카공족이 한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중간에 식사 등 개인 용무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도 한국인의 보편적인 양심과 상식을 알고 있고 이를 활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이 믿음과 의리로 지키고 있는 가치를 악용하게 되면 누군가는 누구는 바보여서 그렇게 안 하는 건가 싶어 실망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하게 되어 일이 커져 본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끼칠까 봐 불안하지 않을까.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본인의 행동은 믿음과 의리를 지키며 해야 한다. 그런 서로 간의 믿음을 깨트리고 알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기에 카공족이 얄미운 이유 아닐까.




우리는 이걸 악용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그게 사회의 룰이어가지고...



 정리하면 카공족은 K-양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악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카페의 영업과 상관이 없더라도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2009년 대법원에서는 카페에서 장시간 좌석 체류가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실질적인 처벌이 행해진 사례는 찾기 어려우나, 사회가 보편적으로 용인하고 배려하고 있는 이상의 행위는 영업방해임을 누구나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문서화된 룰이 아닌 사회의 양심과 신의에 기반한 상식이 지키기 어렵다는 것은 안다. 사람마다 해석하는 바가 다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리하게 해석하여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사회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이라는 자산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모두가 조금씩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 '카공족은 왜 얄미울까?' 3줄 요약

1. 고가 전자기기를 카페에 두고 가도 훔쳐가지 않는 K-양심을 한국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2. 카공족은 이 양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본인에게 유리하게 악용하기에 얄밉다고 생각한다.
3. 우리 사회는 신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 강산 푸르게푸르게를 위해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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