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운동을 마치고 급하게 물건을 사러 들어갔다. 벽에 붙어있는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을 보고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내 앞에 있던 손님들과 내 주문까지 받아주셨다. 퇴근 시간이라 피곤하실 게 분명한데, 앞의 손님이 묻는 말에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고 나에게 물건을 건네주시면서도 눈을 맞춰 인사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은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를 외치고 문을 열고 나가며 한 번 더 안녕히 계세요! 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사장님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과 만약 나였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피곤한 순간에 피곤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 당연하게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것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 저항하며 사는 삶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저항하지 않기 시작했다. 변하는 날씨를, 식어가는 마음을, 굳어져가는 표정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 바빴다. 그러다 비가 한 번 내리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쳐지고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 가게 사장님은 빗속에서도 우산을 높이 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제 저항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게. 피곤한 삶에게. 영원한 건 없다고 말하는 세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