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순례길은 정말 인생의 축소판 같다. 삶의 끝엔 죽음이라는 허무함이 남는 것처럼, 어쩌면 이 길의 끝에도 내게는 허무만 남게 될까. 우리가 죽음을 목표로 하고 살지 않는 것처럼, 이 길에도 완주를 바라보며 걷기보다 이 여정 자체를 즐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중에서-
여행을 생각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우리는 편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는 과정을 여행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도 걷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편안한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남편의 함께 걷고 싶다는 꿈을 위해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순례길이지만 작가는 하루하루를 일기로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은 순례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가르침을 준다. 위의 문장이 나에게는 그러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순례길도 완주라는 마지막이, 우리 인생에는 죽음이라는 마지막이,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서에도 완독이라는 마지막이 있다. 하지만 그 마지막을 목표로 하고 시작하면 정말 끝이 왔을 때 허무함이 남을 것이다.
며칠 전에 교보문고에 구경을 하러 갔다가 눈에 확 띄는 문구를 발견했다. “독서의 완성은 완독이 아닌 기록”이라는 글이었다.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 다 읽어냈다는 사실보다, 책을 읽는 과정 속에 든 생각과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 같았다. 그게 독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하루의 끝만을 바라보며 살기보다 그 하루 속의 일정 자체를 즐기고 기록하며 걷길 바란다. 목표한 것을 마치고 나서 그 끝에 허무함 대신 만족함과 뿌듯함이 있길 바라며. 인생의 끝에서 뒤를 돌아볼 때, 그동안 걸어온 길 위에 나눈 이야기와 맞잡았던 손길, 그리고 흘린 땀과 눈물이 모여 환한 미소를 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