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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부신세실 Jun 29. 2024

죽다 살았어요

귀신을 보았다고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에 잘 들리지는 않지만 ‘죽다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수술을 하고 오랜만에 수영장에 왔다고 하니

“ 동생 얼굴이 핼쑥해 졌구나. 좀 나아 진거야”하는 안부 인사말이 들렸다.

남의 이야기지만 왜 죽다 살았는지 궁금해졌다. 샤워를 마치고 탈의장에 나와 옷을 입고 드라이를 하는데 0여사가 몸에 물기를 닦으며 내게 눈인사를 한다.

그냥 몇 번 스치는 정도이지만 오늘은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싶었다. 

“ 우리 자주 보는데 통성명이라도 해요.”

“ 저는 000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 어머 내 이름을 몰라요. 웬만한 분들은 다 아는데, 하도 이름을 물어서 언제가 크게 말해주었는데요. 흔한 이름 000입니다.” 한다.

“ 그랬군요. 그때는 내가 없었나 보죠. 혹시 나이는? 저는 00살인데요.”

0여사는 “ 내가 한살 많은데. 한살 차이는 친구에요 호호”

“ 아까 죽다 살았다고 하던데 무슨 이야기에요” 

“ 아 그거요. 내가 귀에 문제가 있어서 수술을 두 번 했어요.”

“ 귀 뿐만 아니라그 전에 여기저기 수술 많이 했어요.”

“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을 병원 생활하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먹지도 못하고 한 열흘은 앓고 저승에도 다녀 온 것 같아요.”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한다.

내가 빨리 집에 가야하는 상황임을 이야기 하고 다음에 만나서 듣도록 하겠다니 

“ 에이, 다음에는 언제 될지 모르잖아요.”

그렇긴 하다.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옷을 다 입은 상태이고 0여사는 옷을 입으며 드라이를 하며 들려준 이야기


 “퇴원 후 입맛도 없어 물만 조금씩 마시며 앓았어요.” 베게가 몽땅 젖고 덮은 이불도 축축할 정도로 땀을 흘리며 앓고 있었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지만,

조카딸이 새카만 승합차를 몰고 와서 타라고 하는데 차에 한 쪽 발만 올리려는데 뒤에서 검은 색 치마를 입은 엄청 뚱뚱한 여자가 먼저 차에 가볍게 올라가면서 자기를 쳐다보데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소름이 쫙 끼쳤단다.
 운전대에 앉은 조카딸이 얼른 올라오라며 소리 지르고 쳐다보는데 목소리도 무섭고, 얼굴은 하얗고 특히 큰 눈동자에서 빛이 나면서 자기를 쏘아보고 있어 도저히 무서워서 차에 탈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누군가가 엉덩이를 미는 것 같은 힘에 차에 올라가 앉았어요.

그리고는 뒤에 시커먼 사람이 꼼짝 못하게 꽉 붙잡고 있는데 그 힘이 엄청났단다. 

몸부림을 칠수록 힘은 더 거세지고 조카딸이 운전하는 것도 거칠어서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으니 힐끗 돌아보는데 그 무서운 눈빛은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 조카딸이 워낙 눈이 동그랗고 눈이 컸어요”

“ 그런데 그 조카딸은 지금 살아 있어요?”물으니 

“ 오래전에 죽었어요.”

“ 어머, 죽은 사람이 그것도 시커먼 사람들과 같이 데리고 가니. 저승길 이여였나 보다.”

“ 맞아요. 내가 저승길을 다녀왔어요.”

“ 그런데 시커먼 사람들 얼굴은 누구에요?”

“ 몰라요. 얼굴은 안보였어요. 몸의 형체는 있는데.”

“ 아마 저승사자나 귀신이었나 봐요.”

“ 그 사람은 말은 안 했어요?”

“ 그냥 날 꽉 붙들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어요.”

“ 정말 무서웠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깨어났어요?” 

“ 운전 하던 조카딸에게 어디로 가는 것이냐?”  물어도 대답이 없는데 살아서 집으로 가야되겠다는 생각에 발버둥을 쳤단다. 조카딸이 자기에게 계속 뭐라 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했고 그 순간 어디엔가 꽝 부딪치는 바람에 화들짝 깨어났어요. 

“아직 저승에 갈 때가 아니었나 봐요.”

생각 할수록 생생하고 무섭고 소름 끼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하루 만에 깨어났다고 말해 주었고, 자기가 누워있던 침상은 오줌을 싼 것처럼 젖어있었고 몸은 물 먹은 스펀지 같았다고 했다. 

 0여사는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한다. 방금전의 일 처럼,  나의 손이 자동으로 0여사의 손을 잡으며

“ 너무 아파서 기기 빠져 그런 꿈을 꾼 것 같네요. 종교가 있으시면 기도 많이 하셔요.”

 0여사는 자기는 그것이 저승길이고 귀신을 보았다는 것이다

종교는 없지만 자기가 교회를 다니면 간증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단다.

“우리는 원래 유교 집안이에요. 나중에 다른 꿈 이야기도 들려줄게요.”한다.

수영장을 다니면서 별별 재미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도 가끔 꿈을 꾼다. 언짢은 꿈도, 기분 좋은 꿈도, 특히 똥 꿈을 꾸면 남편에게 복권사라고 꿈을 판다. 

제 때 복권을 사지도 않지만, 복권을 재 구매 할 정도의 당첨이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에서는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꿈꾼 것을 적어 놓고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 심리분석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내 경우는 몸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계속되는 걱정거리에 따라 꾸는 꿈이 달라진다.

아마도 0여사도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런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인 것을 창조해 주신 분께 의탁하며 하루를 헛되지 않고 즐거이 살아가도록 합시다. 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며칠 전 나는 꿈에 묘하게 생긴 인형들이 놀이동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놀고 있는 꿈을 꾸고 깼다. 나도 같이 놀고 싶었는데, 나는 꿈속에서 관찰자였다. 

일어나 양치를 하는데 거울에 간밤의 꿈이 영상처럼 보이는 듯 했다.

그날은 어린이날 이였다. 아마 내면에 아이도 어린이날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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