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기 좋은 회사와 일하기 좋은 회사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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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많이 생각해 보았던 문제인지라 제가 생각한 답을 공유할 수 있었고, 시간이 나 글로 정리해 봅니다 ㅎㅎ
‘일하기 좋은 회사’와 ‘다니기 좋은 회사’는 당연히 동의어가 아닙니다.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여러 기준이 충족되어야 해서 이 역시 이루기 쉽지 않은 도달점입니다.
우선 급여가 꼬박꼬박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복지적 인프라가 충족될수록 더 다니기 좋아집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런 점을 어필하여 ‘다니기 좋은 회사’임을 알립니다. HR파트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바는 이 역시 정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비용’이 정말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곳간이 풍족해져서 베풀기 쉽냐 하면 그것 역시 아닙니다. 작은 제도 하나만 신설해도, 다시 물리기가 어렵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에 제도 하나 설계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복지가 좋은 회사’가 되었다는 건, 창업자 혹은 경영진이 직원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넘어서 ‘안정적인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조금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충족돼야 하는 일정 조건들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라 하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충족돼야 하는 조건들은 꽤나 사바사 (사람 by 사람)이더라고요.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려면, 그 회사의 조직문화가 좋아야 합니다. 여기서의 조직문화는 일하는 방식, 협업하는 방식, 핵심가치, 의사결정의 수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회사가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결국에는 그 회사와의 케미가 맞냐일 텐데,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 여기게 되면 ‘다니기 좋은 회사’라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객관적인 요건들이 조금 불충분하다 해도 일 자체에 의미와 가치를 많이 두는 사람이라면 불충분한 것들을 뛰어넘어 ’우리 회사는 일하기 좋기 때문에 다니기 좋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가 ‘다니기 좋은 회사’라 해서 ‘일하기 좋은 회사’라 곧장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죠. 다니기 좋을 수는 있겠으나, 일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회사의 정체성/가치관/일하는방식/조직의 의사결정 수준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잘 디자인되고 좋은 의미를 담은 웰컴키트가 국내에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혹은 예쁜 사원증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이런 ‘눈에 쉽게 보이는 것들’에 혹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다니기에 좋은 회사인 것 같아 보여서, 일하기에도 왠지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풍겼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게 너무 일반적이어지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조직문화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조직에 많아질수록 성과가 잘 날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니 우리 조직이 어떻게 하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