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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Nov 08. 2024

빌려 본 <채식주의자>

일상의 생각


나는 자극적인 것들에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이거나, 혹은 선정적인 묘사의

비중이 큰 작품이나 글들을 읽거나 볼 때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말해두자면, 이런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낄 뿐,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또한, 나는 태생적으로 반골 기질까지 갖고 있는 편이라,

웬만한 대세 라고 하는 인기 있는 것들은 잘 찾아보지 않는다.


인기가 다 식어 갈 때 즈음이나 찾아볼까?

(이제야 <흑백요리사>를 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다.)


그렇기에 요즘 가장 화재인 

'한강'작가님의 <채식주의자>역시 지금 당장 읽을 생각은 없었다.

작품에 대한 관련 정보는 전혀 찾아보지도 읽지도 않았지만,

신문 헤드라인에 노벨 문학상 관련 기사와 별개로 심의 관련이나,

작가님의 성향 따위로 시끌시끌 한 헤드라인을 몇 개 훑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지난 주말 직장 동료에게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나는 회사사람들과 사적으로 엮이는 일을 극도로 경계하고 꺼려하기에,

웬만하면 퇴근후나 주말에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없으며, 싫어한다.

물론 그 친구와 나는 제법 오래 함께 일했고 회사 내에서는 제법 친한 사이지만,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일적으로 엮인 사람과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다.


"실장님 <채식주의자> 보셨어요?"

"아니, 뜬금없이 주말에 연락해서 한다는 말이 그거냐?"

"저 <채식주의자> 구했는데 빌려 드릴까요?"

"어? 요즘 구하기 힘들다던데, 넌? 다 봤어?"

"아니요, 전 책 잘 안 봐요."

"자랑이다... 얼마나 빌려 줄 건데, 나 빨리 읽을 자신이 없는데..."

"3일?"

"패스, 적어도 1주일은 걸릴 듯"

"1주일 빌려 드릴게요."

"진짜? 그래, 최대한 빨리 볼게, 일부러 이것 때문에 연락 준거야?"

"네 그냥 어쩌다 생겼는데 주위에 책 보는 사람이 실장님 밖에 없어서요"

"그래, 고맙다."

"월요일 날 가져다 드릴게요."


아쉽게도 월요일 나는 출근과 동시에 외근이 겹쳐 사무실에 

모두 퇴근한 시간에서야 복귀할 수 있었다.

굳이 사무실에 복귀하지 않고 바로 퇴근할 수도 있었지만,

복귀한 이유는 바로 <채식주의자> 책 때문이었다.


"<채식주의자> 실장님 책상 위에 올려 둘게요."


그렇게 퇴근 후 뒤늦게 돌아와 책을 펼쳤다.

나는 이 작품의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다만 신문 기사들은 훑어봤을 때, 심의 관련 논란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

자극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기에 1주일의 대여기간을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내가 펼쳐든 <채식주의자>는 놀라우리 만큼 재밌었다.

아주 기이하면서도 짙은 농도의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재미.


나는 한 두장 만에 이 작품에 몰입했다. 그렇게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동안

'채식주의자'이야기가 끝나고 두 번째 이야기인 '몽고반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는 급격하게 밀려오는 피로감에 책을 덮었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도 하고...)

'아! 이런, 방심했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이 정도 수위라면 전혀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몽고반점'은 내게 상당한 피로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피로감을 느낀다느니, 수위가 높다느니 하는 것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서 오는

감상일 뿐이며, 반대로 내가 그만큼 몰입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대해 문외한 내가 왈가왈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맨 부커상'이니 '노벨 문학상'과 별개로 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쉽사리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취향이 맞는다면, 그 흡입력과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짧게나마 내 감상을 적어 보자면...


채식주의자 - '이렇게 미쳐 가는구나...'

몽고반범 -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나무불꽃 - '아직, 안 미친 게 용하네...'


'근데 미친다는 게 나쁜 건가?, 죽는다는 게 나쁜 건가?'

이런 근원적인 의문이 내 머릿속에 깊이 남겨졌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저의 글 속에 스포일러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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