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클럽 - 세 장의 사진 발표 예시
좋든 싫든 우리의 시간은 타들어간다. 째각째각, 탁상 시계부터 심심한 방구석을 지키고 있는 벽시계, 그리고 손목 위의 애플 워치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상관없이 모든 초침은 우리의 수명이 줄어드는 소리를 낸다. 어찌 되었든 죽음은 다가오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애초에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온전히 내려놓았을 때에서만 욕망에 솔직해질 용기가 생긴다. 후배와 같이 사람들을 방 밖으로 끌어낼 궁리를 했다. 말을 하고 싶으나 입을 벙긋할 곳 없는 이들에게 명분을 줄 당돌한 계획을 실천 중에 있다.
전주에 전통 시장에 있는 바에 갔다. 원하는 것을 설명하면 그에 걸맞는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독특한 곳이었다. “좋아하는 술로 말하지 않아도 돼요. 대부분 많은 술을 마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술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에 대해 섬세하게 전달할 수 없거든요. 차라리 음료수를 예시로 들면 자신의 취향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은 익숙한 것으로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
전주에서 돌아와 총장실 앞의 분수를 지나며 나의 위치를 곰곰히 디뎌보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을 행동을 하고 있는가. 그 일치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타들어가는 시간을 한 곳에 쏟아, 불가능한 것에 있는 힘껏 부딪히는 순간을 고대하며.
바라는 것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는 단위로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간절한 사람인지는 얼마나 명확한 목표를 표명하고 그것을 성취해내는지의 여부로 결정된다. 그렇게 간절한 사람만이 높은 해상도의 개인화된 세계관을 지닐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식을 사랑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인생을 갔다가 돌아오는 구조의 이야기로 보았을 때, 원래의 목적 대신 들고 오는 어떤 깨달음이라 생각한다. 돈, 돈, 돈하며 살지만 죽을 때 들고 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이 세계에 대해 형성한 호불호, 미의식 뿐이다.
<시창작> 수업의 세 가지 사건의 의미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