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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룡 Jan 24. 2024

화성에서 온 소년, 금성에서 온 ...

보이는 것과 보는 것. 듣는 것과 들리는 것. 맡아지는 소리.

화성에서 온 소년, 금성에서 온 ...


보이는 것과 보는 것. 듣는 것과 들리는 것.

소년은 보는 것은 믿지 않고 보이는 것을 믿었다.

듣지 않고 열린 귀틈으로 들리는 것을 따랐다.


뱉어지는 말과 뱉는 말은 그 질감이 다르다.

뱉는 말은 기관들의 정적을 찢고 운동량을 지니며 나오지만

뱉어지는 말은 툭, 원래부터 몸 밖에 있었던 양 거치는 것 없이 떨어진다.


장애를 겪고 나오는 모든 소리들은 목청과 이, 혀끝에 굴절되어

말하는 이의 구취가 묻어있었다.

소리의 빛깔은 그가 어느 행성에서 왔는지를 알려주었다.

오래 숨 쉬어 온 사람일수록 그 색이 진했다.

소년은 유독 노란색 말들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관대했다.

어찌할 수가 없는 것들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석처럼 넌지시 튀어나오는 실례엔 너그러웠지만

쉴 새 없이 침을 튀기며 입술을 묻히고 다니는 사람에겐 얼굴을 붉혔다.


그런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코는 왜 막을 수가 없는지, 맡다는 있어도 맡이는 것은 없는지

이렇게 숨 쉬듯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소년은 공기를 들이쉴 때마다 폐포에 노란색 루주가 쌓이는 꿈을 꿨다.


들리는 만큼만 말하고, 보이는 만큼만 행하고, 숨은 되도록 작고 조그맣게 쉬는

그런 별을 떠올렸다.

화성 정도의 대기 밀도면 충분히 적막하고, 분주한 사람 없이, 사소한 숨만 들썩이리라.

새 연인처럼 쿨한 행성에서 - 그에게 지구의 중력은 너무 질척였다

유유히 떠다니며 붉은 모래바람으로 나누어지는 자신의 부분 부분들을 어루만졌다.

손가락 마디 틈 사이로 스윽스윽 긁는 소리가 났다.



표면은 지글지글 타오르고

하늘에선 누런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에서

…는 

말하지 않으면 두툼한 입술도 버쩍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결석이 생기는 다른 이들이 부러웠다.

무언가를 거스르지 않아도 소년은 명백히 존재했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과 구분되어 소년이라 불릴 수 있었다.

그러나 …는?

여백을 나타내는 …마저 없었더라면 …는 금세 잊히고 말았을 것이다.


소리 내기 위해

멈춰있는 공기를 때리고, 목 끝을 긁는 것이 싫었다.

그때마다 사랑스러운 입술이 부분 부분 뜯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소년의 머리칼을 보면서 …는 존재함을 느꼈다.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소년의 백지 같던 긴 머리를 보고 …는 떠올렸다.

보이려 하지 않아도 보이는 사람과,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리라.

자신의 애정하는 부분을 긁고, 떼어 흩뿌리지 않고서는

누군가에게 맡아지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는 미움을 느끼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구나 흩어지지 않는 대기 속에 존재하기를 바란다.

오래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이해하는 기간을 충분히 거쳐 분해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식할 수도 없는 찰나에 사라지는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들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에 온점을 찍듯,

자신보다 오래 머무를 것 같은 소년에 일부를 묻히는 것이 최선인 발음들이 있을 수 있음을.


맞은편에 앉아 입술과 이. 혀를 삐쭉삐쭉 튀기며

떠드는 이의 구강 구조에 유심히 눈을 기울이다

자음 옆에 모음이, 문장들 틈에 …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아마도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 금성의 일면통과 등에 대해 들었던 듯하다.




자음과 모음, 그리고 문장 부호.


자음(닿소리) :

스스로 소리 낼 수 없고, 모음에 기대어 의존한 후에야 소리가 난다.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밖으로 나올 때 목, 입, 코를 거치게 되는데 그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닫히는 것과 같은 장애가 일어나게 된다. 닿소리인 자음은 이렇게 장애가 일어나는 부위에 닿아서 방해받으며 나는 소리이다.


장애가 일어나는 위치와 장애가 일어나는 방법으로 구분.


모음(홀소리) :

장애를 받지 않고 홀로 나는 소리.


문장 부호 :

글의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추가하는 기호. 발음되지 않는다.


마침표 :

문장이 끝났음을 나타내기 위해 찍는 점. 가로 쓰기에는 온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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