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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룡 Mar 03. 2024

뭍에서 항해하는 배처럼

- SIN 티를 입고 멋있게 '출항이다!' 외치는 사람

<뭍에서 항해하는 배처럼>

진정 말하기 힘든 것만이 추구해질 의미가 있다. _작자 미상_

- 장발의 개발자는 배를 뭍에서도 몰 수 있다

    "Everyone is shy. Other people are waiting for you to introduce yourself to them, they are waiting for you to send them an email, they are waiting for you to ask them on a date. Go ahead." _와이어드 편집장, 케빈 켈러의 68가지 인생 충고_


    모두가 모래사장에 멈춘 배를 보면, 올라타 뭍을 항해하고 싶은 내밀한 충동을 느끼지만 ‘저곳이 길이다’ 가리키는 사람이 없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내가 할 일은 SIN 티를 입고 뭍을 보며, “출항이다!”라 외치는 것뿐.


<글러브와 마우스피스만 있다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3년 3월호

    “처음에, 체육관의 수련생들은 나를 호기심 많은 바보로 봤다. 나는 체육관의 유일한 백인이자 유일하게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또한 유일한 대졸자였다. 유일한 프랑스인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나는 복싱을 전혀 몰랐다! 복싱은 보기보다 어려운 운동이었고, 오랜 시간 복싱을 해온 사람들은 내가 곧 복싱을 그만두고 체육관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나의 등 뒤에서) 내기를 했다. 내 몸은 부어올랐고 멍이 들었으며, 다른 모든 사람처럼 코도 한 번 부러졌다. 그렇지만 나는 복싱에 진심이었다. 코치님과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비로소 나를 동료로 대하기 시작했다.

    복싱 수련생들에게 요구되는 규칙들을 지키고 링 위에서 죽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무리 속에 낄 수 있었다. 피부색이 어떻든, 부자든 가난하든, 교육 수준이 높든 낮든, 체육관 밖에서의 정체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복싱 경기와 체육관의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고, 거기에는 각자의 사생활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는 규칙도 포함돼 있었다”

_로이크 와캉, <복싱 선수들의 삶, 그 고통과 희열> 발췌_


    사진기를 꺼내는 순간, 누구와도 피사체와 관찰자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의 행색이 어떻든, 어떤 맥락에서 움직이고 있었든, 어떤 말들을 지니고 있든, 보이는 것 이외의 것들은 모두 묵살된다. 사진기는 그 하나로 연극의 무대가 되고, 각자의 위치에서 행해야 하는 것을 행한 뒤 무대가 막을 내리면(카메라 셔터가 그치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내밀한(내밀한 것은 모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시간을 나누었지만 그 어떤 흔적도 -심지어, 먼지 한 톨도- 옷에 남기지 않은 채 아무 일 없었던 듯 매무새를 다듬으며 각자 가던 길을 걷는 개인과 개인.


<우리는 재즈맨!>

- 블루 자이언트의 멋진 트리플

    재즈맨들은 늘 새로운 사람들과 연주하고 헤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즈의 세계에서 영원한 콰르텟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동행할 땐 동행하더라도 솔로라는 무대를 두고 무자비하게 경쟁하는 스포츠이기에.

    최대한 다양한 연주가들과 겨뤄보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립해 가는 재즈맨에게 역마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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