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속 식품 갤러리 > 올리브오일
▲ 세월을 품고 있는 올리브 나무(Olivo) © Abariltur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양쪽에 펼쳐지는 광활한 올리브 농장, 스페인을 여행하며 가장 눈에 띄는 풍경 중 하나이다. 대평원과 산기슭 눈길 닿는 곳마다 올리브 밭이다. 샐러드를 즐기는 우리 식탁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올리브오일(Oleum Olivae), 이국(異國) 땅에서 만나는 올리브 나무가 반갑게 느껴진다.
쿠엥카(Cuenca) 여행을 마치고 하엔 파라도르(Parador de Jaén)에 가까워지자, 올리브 주산지(主産地)에 걸맞게 산등성을 온통 뒤덮고 있는 올리브 농장이 인상적이다.
올리브(Olea europaea)는 아열대 상록 활엽수(Oleaceae, 모과과) 및 그 식용 열매를 가리킨다(출처: https://www.britannica.com). 올리브 열매와 그 기름은 지중해 요리의 핵심 재료이며, 해당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수퍼푸드(Super Food)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수명이 긴 나무는 500년 이상 살 수 있고, 높이 약 12 m까지 자라며 가지는 약 8 m 정도 퍼진다.
소아시아(Asia Minor)가 원산지인 야생 올리브 나무는, 시리아(Syria)에서 아나톨리아(Anatolia)를 거쳐 그리스(Greece)로 전파되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출처: https://www.internationaloliveoil.org). 올리브 재배(Cultivated Olive)는 약 6천 년 전부터 이루어졌다고 한다. 재배되는 올리브 품종(Cultivars)은 1,000종 이상이지만, 국제올리브위원회(IOC)는 약 139종이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약 85%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출처: 上同).
올리브 나무는 아테나의 선물(Athena's Gift)로 일컫는다. 아테네 수호신 선정을 위한 경쟁에서 포세이돈(Poseidon)은 염수 샘(Salt-water Spring)을, 그리스 여신 아테나(Athena)는 올리브 나무를 선물로 제시한다(출처: https://mkarakitsou.com). 평화와 번영, 실용성(열매, 기름, 나무 제공)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 선물이 더 우월하다고 평가되어 아테네(Athens)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명명(命名)되었다(출처: 上同).
또한 올리브 나무로 만든 조리도구는 단단해서 내구성이 뛰어나고 나뭇결이 무척 아름답다. 나무 자체에 함유(含有)된 플라보노이드(Favonoids)나 페놀산(Phenolic acids) 등 식물 유래 폴리페놀 화합물(Plant-derived Polyphenolic Compounds)은 광범위한 미생물에 대해 항균 특성을 나타내므로(출처: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211117),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친환경 조리도구로 사랑받는다.
이곳 스페인 올리브 재배는 페니키아인(Phoenicians)의 해상 지배 시기(기원전 1050년)에 도입되었으나, 제3차 포에니 전쟁(Punic War) 이후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sula)의 중앙부와 지중해 연안 지역으로 확산되었다(출처: 上同). 스페인은 세계최대 올리브 재배국가로써, 세계 총 재배면적의 약 25%(2,573,000 ha, 2016년), 유럽연합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출처: https://www.fao.org/faostat).
올리브 열매는 핵과(Drupe, 核果)로써, 식물학적으로 다른 핵과류(Stone Fruits/자두, 체리 등)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완전히 익으면 일반적으로 검푸른색으로 변한다. 과육이 크고 오일 함량이 낮은(10~12%/생중량) 품종(Manzanilla, Kalamata 등)은 식용 올리브(Table Olive) 생산에, 과육이 작고 오일 함량이 높은(25~30%/생중량) 품종(Arbequina, Koroneiki 등)은 올리브오일 생산에 주로 선택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역에서는 10월 중순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수확하는데, 재배지역 토양과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정확한 수확시기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갓 수확한 올리브 열매(Aceituna)는 올레우로페인(Oleuropein) 등 페놀성 화합물(Phenolic Compound)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매우 강하므로 바로 먹기는 어렵다, 따라서, 숙성과 발효(Fermentation & Curing)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이 성분을 제거하거나 양을 줄여야 식용 가능하다. 맛은 열매의 색상, 질감(Texture), 크기, 향미(Flavor)에 따라 부드러운 맛의 만자닐라(Manzanilla)부터 강한 맛을 내는 칼라마타(Kalamata)까지 매우 다양하다.
자연에서 검푸른색으로 잘 성숙한 열매 대신 염색한 열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짜 검은색 올리브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식품 첨가물에 관한 유럽 의회 및 이사회 규정> (Regulation (EC) No 1333/2008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2008. 12. 16.)은 식품에 “염료” 첨가여부를 성분표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출처: https://eur-lex.europa.eu).
해당 성분표에 "2가-철-글루코네이트(Iron-II-gluconate, E579)" 또는 "2가-철-락테이트(Iron-II-lactate, E585)"가 기재된 경우, 이는 화장품 성분의 착색제 함유 제품을 의미한다.
올리브오일은 올리브 과육에서 추출된 연한 노란색과 노란빛이 도는 녹색 식용유로, 단일불포화 지방산(Monounsaturated fatty acids)이 풍부하며 주로 샐러드 및 요리용, 화장비누, 보습제 등으로 사용된다. 씨앗에서 추출되는 대부분의 식용유(Seed Oils, 종자유)의 성분은 주로 지방산(Fatty acids) 혼합물이지만, 버진 올리브오일(Virgin Olive Oil)은 지질(Lipids)과 비타민,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단순 페놀(Simple Phenols), 엽록소(Chlorophylls), 스쿠알렌(Squalene) 등 다양한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
우리의 여행지 하엔(Jaén)은, 스페인 올리브오일 생산량의 약 80%를 담당하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지로 "올리브오일의 수도"라 불린다. 전 세계 올리브 재배종의 약 25%를 차지하며 ”스페인 올리브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피쿠알(Picual) 올리브 원산지이다.
녹색 황금(Oro Verde, Green Gold)이라 칭하는 최상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xtra Virgin Olive Oil, EVOO) 생산을 위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조기수확(Cosecha Temprana) 한다. 특히 강렬한 쓴맛을 띄는 피쿠알 올리브오일은 올리브, 풀잎, 무화과, 토마토와 같은 초본 향(Herbaceous Aroma)이 특징이다.
또한, 피쿠알 올리브오일은 올레산(Oleic acid, Monounsaturated) 함량이 높고 다중불포화 지방산(Polyunsaturated acids)은 낮아서, 산화와 산패 및 고온에 가장 안정적인 올리브오일 중 하나로써 튀김 등 고온 조리에도 사용된다.
수퍼푸드로 알려진 올리브오일은 특히, 신체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우리 몸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Essential fatty acids, EFA), 혈류 내 지방의 산화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항산화 효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 폴리페놀(Polyphenols), 비타민 E와 같은 화합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민족식물학(Ethnobotany)에 따르면, 올리브오일은 특정 질환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집단에 의해 활용되어 왔다. 체외 및 생체 내(In Vitro & Vivo) 연구를 통해 항균, 항진균, 항산화, 항당뇨 및 항암 활성을 포함한 다양한 효과가 밝혀지고 있다. 그 중 일부 입증된 결과는, 유럽 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이 주장하는 올리브오일의 심혈관 건강(Cardiovascular Health)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출처: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05748940).
또한, 동물 모델을 이용한 독성학(Toxicology) 연구에서 올리브오일 섭취로 인한 유의한 독성(Significant Toxicity)은 나타나지 않는다(출처: https://pmc.ncbi.nlm.nih.gov).
올리브 주산지 하엔(Jaén) 지역의 “아이레스 데 하엔(Aires de Jaén)”, “오로 바일렌(Oro Bailén)” 등에서 올리브 숲과 경작 방식, 수확부터 병입까지 올리브오일 제조공정 견학,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시음(EVOO Tasting) 등 올리브 농장 가이드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레스 데 하엔"은 3면이 과달키비르(Guadalquivir) 강으로 둘러싸인 평원에 위치해 있다. 50년 이상 성업(盛業) 중이며 매년 8,000 ton 이상의 올리브오일을 생산하여 50개 국가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출처: https://www.airesdejaen.com).
자칭 세계 최대규모의 올리브 농장에서 식사를 포함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체 웹사이트나 중개업체를 통해 예악 할 수 있고, 입장료는 성인 1인당 약 €50(8만 원)이며 투어는 약 4시간 소요된다. 자체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중해식 저녁식사도 선택할 수 있다.
시에라 모레나(Sierra Morena) 산기슭에 위치한 스페인 최고의 오일 밀(Oil Mill, 2013년 선정) "오로 바일렌” 에서, 최고급 올리브오일 중 하나인 ORO BAILÉN을 생산하는 올리브 농장 체험을 할 수 있다(출처: https://www.orobailen.com).
식사를 제외한 기타 일정은 타 업체와 유사하고, 성인 1인당 입장료는 €24(약 3만 9천 원)이며 투어는 약 1시간 반 소요된다. 올리브 수확기는 10월~11월이며, 주말과 휴일 투어는 참석자가 10명 이상일 때 진행한다.
특히, 이곳에서 피쿠알(Picual), 아르베키나(Arbequina), 프란토이오(Frantoio), 호히블랑카(Hojiblanca) 4 품종의 EVOO를 모두 시음할 수 있다.
시음 후 원하는 제품을 오로 바일렌 전문 판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오로 바일렌 EVOO는 특히 피쿠알과 아르베키나 품종이 뛰어난 “요리의 보물”(Culinary Treasure)로 대접받는다. 강렬한 향, 낮은 산도, 풍부한 풍미로 생식이나 조리된 요리에 모두 이상적이다. 그와 잘 어울리는 레서피를 소개한다:
‧컬러풀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 1kg
‧부라타 치즈(Burrata) 2개
‧샬롯양파(Shallots) 2개
‧화이트 발사믹(White Balsamic) 식초 50ml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VOO) 150ml
‧다진 바질(Basil) 잎 50g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 꽃소금)과 후추 적당량
‧숙성 햄 또는 훈제 오리 프로슈토(Prosciutto)
1. 토마토를 2cm 크기로 깍둑썰기하여 다진 샬롯과 함께 믹싱 볼에 담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한다.
2. Oro Bailén EVOO와 화이트 발사믹 식초를 뿌린다. 2시간 동안 냉장 보관한다.
3. 냉장고에서 꺼내 부라타 치즈를 위에 올린다.
4. 서빙할 때는 숙성 햄 또는 훈제 오리 프로슈토를 얹고 서빙 직전에 다진 바질로 장식한다.
여행 중 낯선 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독특한 식품, 혹은 우리 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친숙한 식품에 담긴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정(家庭)에, 올리브(Olea europaea)가 상징하는 평화(平和)와 번영(繁榮)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