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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Feb 25. 2024

(연재) 코로나 시대, 여고 시대(2)

- 여고에서 살아남기

 4월이 넘어서 학교로 온 아이들은 처음 있는 세상의 규제와 규칙으로 통제된(?) 생활을 해야 했다.

- 마스크 쓰고 공부하고 수업 듣고

- 개인 손소독하고 책걸상 소독하고

-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체온 체크하고 조금만 올라가도 긴장하고… 신속항원검사하고

- 칸막이 있는 식당에서 고립되어 식사하고

 홀로 살아남기 시리즈 같은 규칙과 규정이 학교에 가혹할 정도로 내려졌다.

 모든 학교에 구성원들은 분자화 되고 고립되고 하나, 하나, 하나… 인간의 존재가 혼자임을 알게 해주는, 관계가 무섭던 시기… 짝꿍이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


 낯선 학교에 낯선 사람들, 그래도 그 시기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새로 왔다는 이유로, 남자 담임샘이라는 이유로(?) 내게 다가왔고, 아이들은 지친 생활에 활력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적받는 학생조차도 내게는 그저 어릴 적 귀여운 방황이나 투정으로 보여 웃음이 나왔다.


 하루는 a와 b가 쉬는 시간에 찾아와 내게 물었다.

“샘은 ‘쁘띠’가 좋아요, ‘큐티’가 좋아요?”

 아이들에게 무뚜뚝한 아저씨 샘인 나는 시크하게 대답했다.

“뭐가 다른데?”

“그냥뇨~“

“ 난 둘 다 좋아. 그러니 가서 수업 준비나 하셔.”

 뽀루퉁해진 a와 b는 내가 준 초콜릿을 받고 3초 만에 환한 표정으로 “그냥 쁘띠로 할게요.” 하고 사라졌다.

 뭘 결정하는지,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나 아이들의 웃음에, 그 밝음에 미소가 지어졌고, 그 우울하던 코로나 시기도 에피소드처럼, 수채화처럼 여겨졌다.


 나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말을 해야 한다는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며 학창 시절이 그리 행복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일까 밝고 긍정적인 아이들은 사랑스럽고 그 모습이 부럽다.

 그런 밝음을 마주하고 만난다는 것이 큰 행운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그늘을 볼 때는 힘들다. 또한 갈수록 현실의 걱정과 고민이 늘어나는 시기이기에 그것을 지켜봐야 하기에 참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많아진다. 한 사람의 순수한 밝음과 현실적 그늘을 모두 보아야 하는 것은 친하지 않은 사람과 사우나에서 마주치는 일 같은 것이다.

 교사라는 것은 감정이 소진되고 마음이 다칠 수 있는 직업이거나, 무뎌지고 외면하다 무기력해지는 직업이거나 하는 선택적 소비가 계속된다.


아이들이 만들어준 케릭터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지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 보면, 말은 공중에 떠돌고, 아이들과는 점점 아련해지는 거리감을 느껴만 갔다.

 무언가 세상이 잘못되고 있음과 무언가의 음모(?)가 있는 듯… 아이들도 나도 지쳐갔다.


 그 우울한 홀로 됨을 강요받던 시기에 그래도 이오(2-5) 아이들은 선물 같았다. 내가 하는 것에 대한 반응은 무뎌져 가던 마음에 활기를 주었다.

 “선생님 우리 반도 마니또 하면 안 돼요?”

 이 얼마나 고전적(?)인 발상인가…ㅎㅎㅎ

 마니또를 하고, 수시로 롤링페이퍼에, 쪽지 편지라니… 마치 순수한 80~90년대 여고처럼 통제된 분위기가 작은 자유와 낭만에도 감동하는 이유였는지도…


 케이크 사서 뭐든 축하하고, 서로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아이들, 분담하여 역할을 나누고 간 여수 소풍과 스스로 기획해서 만든 학급잡지를 만드는 아이들, 칭찬으로 춤추는 것이 아니라 댄스 안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들.

하멜처럼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하지말라는 스승의 날을 굳이 챙긴 아이들(나는 결근ㅎㅎㅎ)
학급잡지 오반이쥬(5반이쥬)ㅋㅋㅋ 이 창의성 무엇!!

이오 아이들은 역마살 있는 내게 여고 첫 제자이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었다.

 “여러분과 내가 만난 것은 수많은 우연과 인연과 관계와 선택으로 만났으며, 많은 제자 중에 여고 첫 제자는 여러분들이 유일하다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 이 시기를,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 는 얘기를 해주었다. 너무도 고맙게 아이들은 여고 첫 제자답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 자신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학년 마지막 날에 가져온 케익과 패(?)

 - 24.2월 로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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