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와 연탄불

니모의 친구 도리를 닮았다

by 충칭인연

1972년 여수


시민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면 남쪽 바다의 먼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파도가 가슴속으로 들어와 출렁인다.

양쪽 귀밑으로 돋아난 아가미가 가쁘게 퍼덕댄다.

코로 들어온 바다의 짠 내음이 아가미를 거치며 몸에 산소를 남기고 가쁘게 내뱉어진다.


계절 따라 바다가 토하는 색깔은 다채롭다.

빛과 바람의 세기에 따라 푸른색, 하늘색, 연녹색, 감청색 그리고 하얀색으로 출렁인다.

대형 선박은 해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먼바다에 정박한다.

작은 배들이 대형 선박과 항구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밤이 되면 크고 작은 선박들이 검은 바다에 불을 밝히겠지.

그 배들은 무엇을 그리도 내리고 싣기를 반복할까?


시민아파트는 연탄으로 난방을 한다.

어른들이 집을 나설 때면 아이들에게 연탄 가는 법과 시간을 알려준다.

다 탄 아래쪽 연탄을 꺼내서 버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위의 연탄을 아래에 놓는다.

그 위에 새 연탄을 가져다 올리고 19공탄의 열아홉 개 구멍을 위아래로 맞춘다.

구멍을 맞추지 않아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아래 연탄의 화력이 위 연탄으로 옮겨붙질 못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딱지치기를 한다.

딱지를 다 따면 아파트 앞마당으로 몰려가 구슬치기를 한다.

친구들 구슬까지 다 따면 갱핀(개평)으로 조금씩 나누어준다.

속은 상하지만 친구들은 내일의 보복전을 위해 그거라도 받으려고 줄을 선다.


“너 몇 개 잃었어?”

“10개.”

“자, 갱핀 두 개.”


“너는 몇 개 잃었어?”

“30개.”

“뭐? 너 거짓말하면 죽어!”

“20개.”

“자, 네 개.”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이다.

이제는 그 무리를 다시 모아 자치기를 한다.

자치기 고수다.

45cm의 길고 둥근 막대기(‘큰 자’)로 양쪽을 뾰족하게 깎아 만든 15cm의 짧고 둥근 막대기(‘작은 자’)를 다루는 기술이 현란하다.

왼손 다섯 손가락으로는 작은 자의 한쪽 끝을 꼭 잡고 오른손으로 잡은 큰 자는 작은 자의 오른쪽 끝 밑에 위치하게 한다.

큰 자로 작은 자의 오른쪽 밑을 위로 올려 쳐서 작은 자를 공중에서 풍차처럼 회전시킨다.

작은 자의 공중회전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가 그것이 회전력을 잃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질 때 오른손에 잡은 큰 자를 몸 뒤쪽에서 스윙시켜 작은 자의 중앙을 정확히 가격한다.

작은 자는 장외로 날아가고 함성이 쏟아진다.


자치기가 끝나면 친구 집으로 간다.

그의 집은 방 하나가 온통 쥐포로 가득하다.

그의 아버지는 수산업과 무역업을 한다.

양질의 쥐포만 따로 손질하고 포장하여 일본으로 수출한다.


“야, 이 쥐포가 먼바다에 정박한 저 배에 실려 일본으로 가는 거 아닐까?”

“몰라. 저녁이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집에 물건이 막 들어와. 지하실에 가면 이상한 물건들이 많아.”

“여기 이 아파트에 지하실이 어딨어?”

“여기는 쥐포만 쌓아두는 장소야. 지하실은 요 옆에 또 다른 집에 있어.”

“밀수하는 거 아냐?”

“설마---.”


한 방 가득한 쥐포 산더미 옆에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기대어 앉는다.

쥐포 맛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놀다가 연탄가는 것도 잊는다.

턱이 아파서 더 이상 씹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쥐포 먹는 것을 멈춘다.

보물처럼 보이던 쥐포 산더미가 산불에 그을린 민둥산처럼 보인다.

쥐포를 주머니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고 친구 집을 나온다.

세 살 터울의 형에게 일본에 수출하는 최상품의 쥐포를 상납해야지.

턱과 이빨이 아파 말하기도 힘들다.

통증은 일주일 정도 계속될 것이다.

저번에도 그랬다.

쥐포라면 당분간 거들떠보기도 싫겠지.


쥐치는 니모(Nemo)의 친구 도리(Dory)를 닮았다.

둘 다 입이 튀어나와 재잘재잘 말이 많을 것 같다.

또 눈은 놀란 토끼 눈처럼 동그랗게 생겼다.

도리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치장하여 화려한 것과는 다르게 쥐치는 회색이고 피부가 꺼칠꺼칠하며 못생겼다.

쥐치는 유니콘처럼 머리에 가늘고 단단한 뿔이 나 있다.

신항 앞 바닷가에 나가 해안가에 엎드려 저 아래 물속을 들여다보면 물속에서 찍찍 소리가 들려온다.

해안가로 몰려온 쥐치들이 물 표면 가까이에서 자기들끼리 튀어나온 입으로 찍찍거린다.

우는 소리가 쥐처럼 들린다고 하여 쥐치라고 부른다.


쥐포 먹고 노느라 연탄불을 꺼트리면 아랫목이 금방 식는다.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 밥그릇도 온기가 함께 식는다.

번개탄을 구해다가 낑낑거리며 불길을 살린다.

실내에는 연기와 유해가스가 스며든다.

창문을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

찬바람이 밀려 들어와 일산화탄소를 하나하나 데리고 나갈 수 있도록.

그러지 않으면 일산화탄소가 사람을 데리고 나간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방바닥에 드러누우니 턱에서 이빨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늦지 않게 연탄불을 살렸으니 잔소리는 없겠지.

턱은 아파도 쥐포 때문에 또 하루가 즐거웠다.


쥐포야, 일주일 동안 일본으로 다 가버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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