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경쟁구도 변화와 대한항공의 시장지배력 강화
2023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부문 매각안을 가결했다. 합병으로 가는 관문 하나를 통과했다. 합병 승인을 전제로 Big 2의 합병이 시장의 경쟁 구도와 국적항공사의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먼저, 경쟁 구도의 변화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计)’를 얻는다. 위나라의 조조와 오나라의 손권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유비가 파·촉을 차지하여 위·촉·오 삼국이 정족지세(鼎足之势)의 형세를 이룬다. 정족지세란 솥의 발이 셋으로 견제와 안정을 유지하는 삼각구도를 의미한다. 발 하나가 무너지면 솥 전체의 안정이 위협받는 구도다.
우리 항공은 ‘시장삼분지계(市场三分之计)’를 이루어 외견상 안정적인 형세를 보였다. 시장을 대한항공의 고가 수요, 아시아나항공의 중·저가 프리미엄 수요, 그리고 국적 LCC의 저가 수요로 삼분하여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용이한 구도를 갖추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찾아 ‘시장이분지계(市场二分之计)’ 를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사양할 이유가 없다. 오나라의 손권이 파·촉을 치고 천하를 조조와 손권으로 이등분한다는 주유의 ‘천하이분지계(天下分二之计)’는 그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솥을 지탱하는 세 개의 발 중 하나가 무너지면 솥 전체의 구도가 불안해진다. 우리 항공 운송시장의 경쟁 구도가 안정적인 삼각 구도에서 대한항공그룹과 독립 LCC의 이분 구도로 이전해 가는 과정이다.
다음은 국제선 시장점유율의 변화다.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Big 2의 합병 이전의 국적항공사 시장점유율을 보자. 대한항공그룹(진에어 포함)과 아시아나항공그룹(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 그리고 독립 LCC(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의 국제선 운송점유비는 각각 41.6%, 31.5%, 26.9%를 차지한다. 정족지세의 안정적인 구도다.
이제 Big 2의 합병 이후의 시장점유율을 보자. 대한항공그룹(아시아나항공그룹 포함)과 독립 LCC가 각각 73.1%, 26.9% 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국적 LCC가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인 2007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시장을 양분했던 국제선 점유비 61.2% 대 38.8%와 비교하면 그때보다 대한항공그룹의 점유비가 11.9%p(73.1%-61.2%)가 늘어났다.
Big 2의 합병으로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송 점유비가 16년 전보다 확장되었다. 대한항공그룹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