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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ul 10. 2024

이사 가던 날

항저우-서판교-송도

1. 항저우를 떠나다


  2011년 1월 22일.

  나는 아시아나항공 항저우-인천 항공편으로 항저우를 떠났다. 항저우국제학교(HIS, Hangzhou International School) 1학년이던 아들은 아직 한 학기 수업이 남아 있었다. 아들의 학업을 위해 가족들은 항저우에 남아 있기로 하고 나만 홀로 귀국 길에 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항저우 시내 영업지점 직원들이 공항에 나와 나를 전송했다. 토요일 쉬는 날이면 늦잠의 유혹이 있을텐데 눈을 비비고 공항에 나와 내게 석별의 정을 전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학교 다니던 시절 아침마다 아빠가 도시락을 싸주었다는 구우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심신.

  얼굴에 복이 묻어나고 귀티가 나는 장기. 그는 화물영업을 담당했다.

  마른 몸에 비실비실하지만 두뇌가 매우 명석한 하위나.

  성실하고 책임감이 뛰어난 왕곤.

  그들과 같이 일한 것은 행운이었다.


2. 서울지점으로 출근하다


  귀국 이틀 후인 1월 24일 나는 광화문의 서울지점으로 출근했다.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2년의 시간. 앞으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퇴보했다는 표현이 맞다. 입사 당시의 꿈은 하루하루 엷어져 가고 있었다.      


3. 서판교에 둥지를 틀다


  아들은 2011년 8월 항저우에서 판교의 KIS(Korea International School)로 전학했다. 2011년 KIS는 151명의 교사진을 보유한 한국 최대의 국제학교였다. 미국인 교사 93명, 캐나다인 교사 31명, 한국인 교사 11명, 그리고 중국 등 기타 국적의 교사 16명으로 교사진을 구성했다.

  외국인 교사들은 3~4년의 계약으로 근무하며 원할 경우 1~2년의 계약 연장과 함께 몸값을 올리는 기회를 갖는다. 부부가 모두 교사로 함께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의 자녀는 고가의 학비를 납부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혜택을 누린다. 또한, 이들은 전 세계 국제학교를 오가면서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여행같은 삶을 향유한다.

  KIS는 서판교에 위치하며 우리 가족은 학교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곳에 둥지를 틀었다.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은 11년이 흘렀다. 2022년 5월 KIS를 졸업한 아들은 그해 8월에 뉴욕으로 대학을 갔다.

  서판교는 아들의 초중고 시절을 함께 했던 소중한 정과 추억이 묻은 곳이다. 하지만, 그가 뉴욕으로 간 다음에야 더 이상 거주의 당위성은 없다. 초중고 학군이 잘 갖추어진 서판교는 이렇듯 자녀 교육을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는 학부모들의 손바뀜이 분주하다.


4. 이사가던 날


  나는 비가 무척 내리는 7월 2일 서판교를 떠나 인천 송도로 이사했다. 두 지역은 풍경이 서로 다르다. 한 곳은 쾌적한 숲세권의 환경이고 또 다른 한 곳은 눈 앞에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2024년 7월 9일 찰칵


  1976년인가?

  인천 출신으로 알려진 여성 듀오 산이슬이 어린 시절 정든 시골을 떠나던 애달픈 마음을 노래했다.

  '이사가던 날'.  

  그 멜로디와 가사는 그 시절의 기억과 함께 내게 그대로 남아 있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 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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