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따위를 쓰라고...
중학생 아들...
'독후감 따위를 쓰라고... 아오..'
라며 그래도 책은 읽는다. 책을 다 읽고 쓰겠다고 11시 30분이 지나가는데... 독후감 쓰는 것을 도와달라며 잠을 못 자게 한다. 그냥 자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독후감을 쓰겠다는 아들이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더구나 내가 추천한 책이라 더욱 그러하다. 책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 무슨 이런 말이 있냐, 이 사람은 왜 그러냐 등 구시렁구시렁... 배경지식을 만들어주는 책이라 생각하여 추천한 책이 영 어려운가 보다.
하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 꽤나 어려운가 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지만 그 속에는 멜로도 있고 아름다운 배경의 낭만도 있어 보이고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니 책으로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읽는 것은 매우 낯선 경험인가 보다.
결국 다 읽고 독후감을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떻게 써?'라고 묻는다. 아휴...
책을 읽은 녀석이 독후감을 쓰지 왜 엄마한테 물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눌러본다.
'책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주인공은 어떤 사람 같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 왜 기억에 남아?'
'그때 그 주인공은 어떤 감정이었을 것 같아?'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나는 계속 질문은 하고 아들은 단답형으로 답을 하거나
'아~ 몰라'
라고 답을 하고....
답답하지만 절대로 내가 답을 주지는 않고 질문의 방향을 틀거나 단어를 바꾸어 다시 질문하기를 반복한다. 아들도 엄마의 스타일을 알기에 '아 몰라'를 한 두 번 하다가 질문에 답을 구하러 생각을 한다.
결국 그 시대를 살았던 산 증인인 '할아버지 세대'로 이야기는 이어졌다.
'아! 왜 그러시는 거야~, 굳이~~'
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행동과 말씀들이
' 아~~ 그래서 그런 거야?'
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독후감 쓰는 것도 나쁘지 않네!'
라는 반가운 소감으로 독후감은 마무리가 되었다.
결국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지만 누구에게나 독후감상문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가장 책을 읽기 싫어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독후활동으로 독서 감상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독서 감상문이라는 작업 자체가 독서가 싫어지는 이유가 아니라고. 그 의미 있는 작업을 정해진 틀과 상투적인 작업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른들의 시선과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독서 감상문은 삶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책으로 만난 작가와 하는 삶의 이야기, 책으로 만난 주인들의 경험으로 만나는 삶의 이야기를 나의 삶 속 이야기로, 내 주변 인물의 이야기로 지금-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연결 지어 주는 것이 독서감상문이다. 그렇기에 독서감상문은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며 삶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다. 독서감상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들어줄 가상의 누군가에게 나누는 나의 이야기다. 부디 수많은 독서감상문을 쓰는 청소년시기의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를 소망해 본다.
모두가 이야기꾼이 되기에 충분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