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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Aug 06. 2024

다정도 병인 양하여....

- 다정도 병인양 하여.. 그럼에도 다정하고파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多情歌>, 이조년(李兆年, 1269-1343)-


 이화가 가득한 곳에 달빛이 비치어 하얀빛이 은은하고 자정을 넘어 은하수가 흐르는 밤.. 멀리 소쩍새 소리가 더욱 애달픈 밤....  

   - 상상만 해도 애달픔이 가득하고 가슴 한 곳이 저려오는 밤. 

      유독 달밤, 그것도 하얀 꽃들에 비친 달빛의 애잔함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듯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꽃 밭 달밤이 그러하듯이... 


 요즘 들어 유독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는 시조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아 잊히지 않는 것이... 다정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나 보다. 


'다정하다' - (형용사) 정이 많다 또는 정분이 두텁다(출처: 위키낱말사전)

                 - 유의어: 다정다감하다, 따뜻하다, 사이좋다.    

                 - 반의어: 무정하다


 '다정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다. 정이 많고 정분이 두텁다. 듣기만 하여도 참 기분 좋은 '다정하다. 다정다감하다, 정겹다.'와 같은 단어들.... 그 기분 좋은 단어인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는 시 구절이 계속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에게 다정한 것처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다정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다정하기는 쉽지 않다. 지나친 다정은 부담스럽고 모자란 다정은 서운함을 남긴다. 그럼에도 가장 인간다움을 느끼는 것 또한 다정함이지 싶다. 요즘 유행처럼 누군가의 반응에 '너 T야?'라고 물어보는 것이 다정함이 고픈 우리들을 대변하는 말은 아닐까? 

 내 삶에서 나는 'T'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이는 나에게 'T'가 아니었으면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나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난 성향이 있는지라 누구에게는 다정으로 누구에게는 무정으로 자유자재로 골라 꺼내쓸 수 있는 것은 아닌지라 나의 저런 모순적인 생각이 말 그대로 모순일 뿐이지만...

 지극히 'F'성향인 나는 'T'가 아님을 아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것이 결국 나의 기대와 다정함이 그 시작이라 생각하고 무심해 보고자 한 적도 있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는 대로 되는 것인가? 안 보고 안 듣고 싶은데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을... 일명 '막귀'하고 살고자 애써 노력해야만 어느 정도 가능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보이고 들리기는 하지만....


 다정함이 병일 정도인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병(?)이지 싶다.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순간에도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아이'에게, '노인'에게, '동료'에게 생기는 다정함으로 인해 한 사람의 선택이 바뀌고 역사의 순간이 바뀌고 운명이 바뀐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 무엇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병이다. 그 다정함이 역사가 되고 운명이 되고 인간에게 아쉬움보다는 가슴 절절한 애잔함을 남긴다. 그 애잔함의 깊이를 알 수가 없어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변함없이 선택하게 되는 인간의 병... 다정! 그 흔적이 인류고 문학 작품을 남아 지금도 이리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다정가>를 오마주한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보낸 시 <완화삼>으로, <완화삼>에 대한 답시로 박목월의 <나그네>라는 시로 이어지듯이....


 오늘도 다정함으로 서로를 보듬고 서운하고 위로받는 우리들의 인간다움.. 그것이 지나쳐 병일지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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