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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Aug 07. 2024

낯선 도시의 밤거리

- 그 두려우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하여

어느 나라나 도시의 밤거리는 낮보다 분주하다.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교통수단과 사람들, 상점의 불빛 

- 언제나 낯선 도시의 밤은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낮에 볼 수 없었던 거리의 모습이 보이고 화려함이 보이고 숨겨졌던 골목들이 보인다. 어둠이 주는 낯선 풍경이 자유로움을 더해준다. 그 자유로움을 즐기며 걷는 길 위에 나는 내가 모르는 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낯선 느낌이 좋다. 


코로나 전 그러니까 5년 전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느꼈던 자유로움과 두려움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잊고 있었던 그 자유로움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5년 전보다 더 편안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 자유로움이 좋아서이다. 차로 지나가면 그저 스쳐가는 거리의 모습을 내가 밟고 보고 느끼고 맡으며 가는 이 느낌. 낯선 도시의 버스도 지하철에서 느끼는 긴장과 두려움. 그 속에서 헤맬지라도 결국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나서 느끼는 안도감.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욱신거릴 정도로 걷고 나서 느끼는 만족감. 

관광객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처럼 그들의 일상에 녹아든 것 같은 착각에 들게 만드는 그 경험이 일상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만들어보는 특별한 경험.

 나를 아는 이가 없고 아는 사람들을 만날 일도 없고 익명의 도시가 주는 그 자유로움을 20대 이후, 5년 전 이후, 다시 맛보며 쉼 없이 지나가는 거리를 눈에 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따라 나의 눈과 고개는 바쁘다. 사진으로 찍어 남기기도 하지만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 온도와 향기는 오롯이 나의 눈으로 코로 기억으로 남아야 하기에... 

 작은 골목골목 사이에 있는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과 그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곳이 정겹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그렇듯이 정리정돈 되지 않은 어수선함과 세월 속 낡음이 어우러져 현재 존재함을 남긴다. 이질감을 주는 작은 차이는 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익숙한 느낌의 세탁소, 낡은 집들과 작은 길 하나의 경계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근사한 집들. 우리 사는 곳의 한남동 같은 곳 작은 길 건너 일명 지금은 찾기도 어려운 낡은 스레트 지붕 밑 꼬마아이.. 사람 사는 곳은 다른 듯 참 많이 닮아있음을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도 발견한다. 

 내가 관광객임에도 관광지가 아닌 낯선 도시의 낯선 골목 사이사이를 걷는 수고로움을 여행의 맛으로 손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낯선 경험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가장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때 여행의 참 맛을 느낀다. 여행의 두려움이 아마 자유로움으로 바뀌는 순간들이기에 그러하지 않을까? 

모순이다.

다른 곳에서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떠난 곳에서 익숙함으로 다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는 나는 모순덩어리다. 여행은 모순덩어리가 참으로 쉽게 용인되는 경험이다. 그래서 여행은 자유다. 


일상에서 나는 모순덩어리임에도 모순의 모서리를 깎고 숨기고 가리며 살고자 애쓴다. 마치 가장 합리적이고 친절한 존재인 것처럼. 그런 나를 가리거나 숨기거나 다듬으려 하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여행은 자유다. 내가 힘들게 고생하고 실수하고 당황할 일들이 생김에도 자유여행을 굳이 하고자 하는 이유다. 


자유로움의 더함은 밤거리다. 낮에 보이지 않던 곳곳에 불빛으로 낮과는 다른 도시가 나온다. 낮에는 미쳐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에 도시는 더욱 낯설어진다. 그리고 자유로워진다. 도시의 밤은 더욱 화려해지고 분주해진다. 야시장으로 몰려든 사람들과 그들을 맞이하는 노점상들 그 사이의 묘한 친근함. 삶의 터전으로서의 치열함과 관광객이 가진 자유로움이 만나 어우러지는 묘한 친근함. 모순의 극대화! 모순적 나의 모습이 더욱 빛을 발하는 낯선 도시의 밤거리는 늘 설렌다 그리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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