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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Nov 12. 2024

인생의 순간들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과거는 멀고 현재는 낯설고 미래는 두려움과.. 설렘이다.  

 갑자기 매달 하던 생리가 밀린다. 산부인과를 찾아 생리 유도 주사를 맞고 나서야 생리를 한다. 또다시 두 달이 생리가 밀린다. 피검사를 하고 보니 여성호르몬 수치가 낮고 난소기능이 저하되었다 한다. 

 갑작스럽게 폐경의 수순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 나이 47세 만 나이 46세........ 보통 50세가 평균이라고 정해 놓은 기준선을 못 미치고 보통은 1년여의 전초증상이 있다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나에게 그 이름이 찾아왔다. 호르몬 치료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호르몬 치료와 생리를 지속하는 호르몬 치료를 놓고 성택해야 하는 상황. 난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호르몬 치료를 선택했다. 그로써 나는 이번 달 내 인생의 마지막 생리를 하게 될 것이다. 

  13살 겨울 시작한 나의 첫 생리. 그 이후로 34년간의 생리의 마지막을 맞게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하니 갑자기 나이 든 것 같고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고 마음이 무거웠다. 늘 힘들고 아프고 귀찮다고 그만했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말해놓고 막상 이렇게 허무하게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될지 몰랐던 나의 투정이었다.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그 언제 가는 오겠지라며 나의 일이 아닌 듯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다. 잔뜩 사놓은 생리용품들 처분은 동생을 준다 하지만 허전한 내 마음은 어떻게 처분을 해야 하는지.. 

---------------------------------------------------------------------------------------------------------------------------생리를 다시 하는 호르몬 치료로 바꾸겠다 해야 하나 하는 순간 

다시 생각해 본다. 인생은 언제가 갑작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지 않았나. 

갑작스럽게 사랑이 찾아오고 갑작스럽게 이별도 찾아온다. 계획하지 않은 순간 나의 아이들이 찾아왔고 엄마가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그 후로도 늘 결정적인 순간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언제나 당황스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순간들도... 매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의 변화들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다. 처음이 눈.. 가까이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 그 당혹감.. 40대 중반 돋보기를 맞추었었다. 모니터는 큰 것으로 바꾸고...  그 다음은 무릎과 고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관절들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그것뿐인가... 키오스크 앞에서.. 자꾸 버벅거리게 되고 핸드폰의 새로운 기능들 보다는 전화상담이 편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폐경의 순서에 닿았다. 굳이 3년여의 시간을 생리를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난 이미 두 아이의 엄마로 가임기 여성으로서의 의무는 다 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누렸다. 더 이상 매달 호르몬의 변화로 기분고 몸이 좌지우지되지 않아도 되고 옷 버릴까, 이부자리를 버릴까, 여행날짜 잡을 때 걱정이 있을까..


 모든 것은 인생이 살아가는 동안 일어나는 수순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순리이니.... 결국 생리를 종결하는 호르몬 치료로 선택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받아들이려 한다. 나의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을,.. 그 이후를..

 또 다른 인생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리했던 것처럼 살아나갈 것이다.. 더 나답게.. 더 아름답게.... 


 과거는 멀고 현재는 낯선 순간들 투성이고 미래는 두렵다... 그리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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