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는 쉽지 않다.

by 오드리박

특성화고 면접을 다녀오는 두 녀석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고 놀고 오든지... 아님 시내 구경을 하며 놀다가 늦는 것이겠지라는 나름 일리가 있는 추측으로 연락을 하니 주절주절 변명이 길다. 버스 시간의 핑계와 낯선 초행길이라 어려웠다는 말로 통화가 길어졌다. 일단 학교고 복교할 것을 이야기하고 통화를 마무리지었다.

십여분 후 쭈빗쭈빗 교무실로 들어오는 두 녀석의 얼굴의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전화 통화로 엄포를 놓은 것이 아무래도 겁이 난 건지... 엄청 뛰어온 모양이었다.

일단은 엄포를 놓으며 늦은 이유를 말하라 하니 버스 시간대를 놓쳐서 긴 기다림이 있었던 것과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어 나오는 길이 익숙치 않아 헤맸던 것과 환승 장소를 잘 몰라서 당황했던 이야기를 쏟아낸다. 표정을 보니 영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헤맨 것이 사실이라면 낯선 초행길에서 헤매며 허둥댔을 모습이 안쓰러웠다. 점심을 먹었냐 하니 점심도 먹지 못했다며 진짜 열심히 복교를 위해 노력했다 한다. 어이구... 학교 늦더라도 점심이라도 먹었다면 마음은 좀 덜 쓰렸을 텐데..... 이른 아침부터 낯선 학교에서 긴 대기를 하고 면접을 보느라 얼마나 긴장했을 것이며, 처음으로 하는 낯선 시간들 낯선 어른들과의 만남이 참으로 피곤했을까. 그걸 알면서도 복교 늦어지는 걱정이 앞서 호통을 친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교무실에 있던 빵으로 요기를 시키고 점심식사를 위해 넣어두었던 김치류와 깻잎지를 꺼내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밥과 함께 먹겠느냐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점심을 굶으며 버스 대기로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가 보다. 날도 추운데..... 화려한 반찬은 아니어도 따뜻한 밥과 보잘것없는 반찬을 잘 먹어준다. 밥 먹는 모습은 체할까 싶어 물도 떠주며 밥 먹는 두 얼굴을 보니 안쓰럽다. 곧 진학하여 본인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질 텐데...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 같아 보이는 것이 나의 오지랖인 건지...

학교 앞에서 지원학과 관련 학원의 명함을 받도 자신들의 번호도 교환했다며 나름 뿌듯하게 이야기하는 말에 교무실 샘들이 동시에 '번호를 아무나 주면 어떻게 해'라며 나무라는 말을 쏟아냈다. 모두가 부모 같은 마음에서 동시에 나온 말이었으리라. 불필요한 학원 수업이 될 수도 있으니 입학하고 전공과목 선생님과 상의하여 필요에 의해 등록하고 집요한 전화는 차단하라는 우려의 말과 함께 좋은 어른들도 있으나 나쁜 어른도 있음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좋은 어른으로 그들을 보살펴줄 거란 핑크빛 보장은 어려웠다.

밥을 먹으며 그래도 면접 보던 이야기, 분위기, 질문에서 떨렸던 점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대는 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 많은 경험으로 새로운 시작의 첫 발자국을 뗀 그들의 두려움과 설렘이 느껴졌다.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이들을 일정한 시기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곳은 그런 아이들이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 단계의 정거장이다. 이 정거장에서 자신의 능력껏 또는 적절한 보살핌으로 준비를 잘하는 것, 그리고 실수해 보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그들의 권리이고 그들의 실수를 새로운 경험과 발전으로 나가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그 의무의 시간이 마무리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앞가림을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잘하리라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저 허둥대는 아이 같아 보이는 노파심은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저 데리고 있는 마지막 날까지는 마음껏 아껴주는 수밖에...


내가 하는 일이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 어느 하나도 똑같은 과정과 일상은 없다. 언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아이들은 놀라게 한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일들은 다 겪었겠거니 하는 방심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의 매력(?)이랄까? 오늘도 또 한 번 가슴 철렁하고 걱정하는 일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될까? 기대(?) 해 본다. 나의 일상은 내일을 기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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