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을 실천하다1
오늘도 집밥을 준비하는데 5시간을 소비했다. 재료 손질과 직접 요리까지 10가지의 음식을 준비했다. 일주일치 식량이 준비되어야 마음이 놓이는 나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집밥을 많이 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아이어서 아이들이 사춘기인 지금은 사춘기라서... 하루에 한 끼는 내가 한 반찬으로 집밥을 먹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집밥에 집착하듯 밥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집밥 하는 과정이 쉽다거나 내가 하는 요리가 그 어느 식당보다 맛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정확한 계량과 정확한 레시피가 아니라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꼭 넣어야 하는 것도 없고 없으면 없는 대로.. 특별한 양념을 넣는 것이 아니라 매일 거의 같은 양념으로... 그렇게 하는 집밥이기에 특별한 것도 없고 유난히 맛이 있다고 내보일만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집밥에 집착(?)하는가?
맛있는 반찬가게도 많고 밀키트 배달도 많고 심지어 24시간 운영하는 밀키트 상점도 있다.
장을 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직접 하는 것이 더 좋고 맛은 조금 덜하더라도 직접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요리가 힘든 일이지만 어렵지는 않다.
나는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기에 직접 보고 재료를 보는 순간 요리할 것을 생각하면서 장을 본다.
나는 직감적인 사람이기에 레시피 대로 요리를 하는 것보다는 내 생각대로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나는 손 움직임이 빠른 편이라 요리하는 시간이 짧다.
내가 생각해 본 내가 집밥을 좋아하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유롭다'는 이유가 제일 크다. 요리는 나에게 자유로움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를 다듬어서 나의 취향대로 썰고 조합하여 음식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아마 나는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물론 결과도 바로 보이고 수정할 계획도 바로 정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매일, 매 순간 표현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감추고 사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그 자유로움을 표현할 방법을 나름대로 찾으리라. 직장 생활을 하고 육아를 하고 그 외에도 주어진 일들을 해내느라 자유로움을 표현할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나에게 그중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자유로움의 표현이 요리다. 재료의 선택부터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오롯이 나의 자유의지다. 육체적으로는 노동의 시간일지라도 아마 정신적으로는 자유의 시간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큰 무를 사서 생채를 담는다. 나는 오늘도 자유의지로 자유로움을 실천한다. 요구하는 이도 강요하는 이도 없지만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