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중에 복은 인연 복

캠핑 -같은 공간, 시간, 음악을 공유하다

by 오드리박

오랜만에 네 식구가 캠핑을 가기로 했다. 긴 연휴의 끝자락을 캠핑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덥고 습하던 길고 긴 여름이 지나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은 캠핑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니까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작은 아이가 틀어주는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중학생

남자아이의 플레이리스트에서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 'can't take my eyes off you ~~'와 같은 팝송이 나오고 같이 따라 부르다 물어본다.

' 이 노래 어떻게 알았어?'

'유튜브에서 우연히 듣다가 좋은 것들은 플레이리스트로 저장했지.'

'아~ 좋은 노래를 다 같이 느끼나? 야~~ 아들이 이 노래 좋아하고 틀어주니 정말 좋다. 아빠도 좋아하는 노랜데....'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서로 공유한다는 것은 참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유튜브를 보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개인적 즐거움이 되어버려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은 요즘이지만 아빠와 사춘기 아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도 해준다니 좀 아이러니하다. 아름다운 음악을 알아보는 귀는 세대 간 차이가 크지 않은가 보다.

서로 이런 공감을 주고받는 것이 여행이 주는 재미이고 캠핑이 주는 선물이다. 스피커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같이 흥얼거리며 각자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오랜만이었다.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샤워하는 것도 밥을 하는 것도 불편함지만 굳이 짐을 싸서 떠나는 것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오롯이 주어지는 시간이 소중해서다.

물론 도착해서 짐을 풀고는 다시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과 주변을 산책하는 남편과 나로 나누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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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은 아이가 코치를 잡고 숯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숯불을 피우는 것은 아빠의 몫이었는데 오늘은 작은 아이가 불담당으로 자리를 잡는다. 위함하고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나는 가만히 바라본다.

'불 어렵네~~ 왜 이리 뜨거워~~ 앗앗!!'

'장갑을 껴봐. 아빠도 장갑 끼고 하셨잖아~~'

'아~ 그렇구나!! 오~~ 안 뜨겁네~'

한참을 토치를 들고 숯을 달구는 작은 아이에게 묻는다.

'안 힘들어?'

'안 힘들겠어요? 당연 힘들지. 아 이 숯새끼 불 엄청 안 붙네.'

'하하하 아빠가 힘들었겠지? '

'에이 씨 그러네'

'**이가 불 맡아주다니 와~~ 언제 이리 컸다니~ 멋지네~~ 엄마가 할 일이 없다 야~~'

'칫! '

하며 말없이 웃는다. 쑥스러운 웃음이 귀엽다.

아이 둘 데리고 캠핑 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중 2 아들로 훌쩍 커서 고기 굽는 일을 담당하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 많이 컸다. 잠잘 자리를 살피려 들어가니 벌써 에어매트와 침낭을 풀어 자리를 깔아놓았다. 모든 것이 내 몫이었던 것을 이제 아들들이 한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열심히 데리고 다니다 보니 어깨너머로 배웠나 보다. 그리고 자연스레 물들어 즐기는 것 같다.

불빛을 보고 텐트 안으로 들어오려는 나방과 벌레들과 한바탕 싸움을 한 후에 자리에 누웠다.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화장실을 가는 것이 너무 귀찮다고 하면서도 그 순간을 깔깔거리며 지내고 있는 이 순간들이 모여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나의 시간이 모여 너에게로... 너의 시간들이 모여 또 다른 너의 존재에게로 이어지길...... 가슴 넘치게 바라본다~~




다음 날 함께 산책을 하길 원하는 우리에게 첫째 아이는 역시나

'그래요 얼렁 갔다 와'

라며 시크하게 호응을 해준다. 언제나 함께 해 주는 것을 선택하는 첫째.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첫째 아이는 직접 가 보고,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 기와불사를 하고 왔다는 말에 가보고 싶었나 보다.

또 역시나 안 간다고 버티는 둘째다.

'날이 덥다. 걷기는 무슨 걷기냐. 아~ 안가. 그냥 갔다 와. 아 몰라 몰라 몰라.'

다시 시작이다.

'에휴~~ 역시 그래야 너지'

역시나 어젯밤의 감동은 잠시, 감동은 개뿔! 산책로를 따라 걷는 뒷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이렇게 멀어져 간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것이 사춘기 아니겠는가.

둘째 아이를 두고 돌아오는 길에 '복 중에 복은 인연 복'이라 적힌 비석을 보았다. 인연 중에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만큼 큰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 한 번 맺어지면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지 않은가. 그런 인연으로 온 두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에게 온 '복 중에 복! 인연 복 중 최고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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