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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Jan 16. 2024

중학교 입학이 기억나시나요

순간들은 기억으로 남아서.. 다시 

집에 있는데 밖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아이들 소리가 크길래 싸움이 붙었나 싶어 베란다로 가다 보니 

아하~ 오늘이 중학교 신입생 예비 소집일이지~

풋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어 대는 말소리가 어찌나 소란하던지 마치 싸움이 붙은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베란다로 보니 아파트 옆길을 지나 바로 옆 중학교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맨 앞에서 인솔하는 선생님 한 분, 뒤쪽에서 인솔하시는 선생님 두 분 사이에 아이들이 걸어가며 무엇이 그리 신나고 즐거운지 앞 친구, 옆 친구, 뒤에 있는 친구 가리지 않고 이야기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사이 실내화가방으로 친구를 치고 피하고 도망가고 뒤따르고.. 아마 이야기만 들어도 머릿속에 그려질 그런 풍경들..

한참을 재잘거리며 중학교 건물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보았다. 특별한 풍경도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지루하지 않았다. 언뜻 둘째 아들의 실내화가방과 뒷모습도 보인다. 



 내가 중학교 입학하던 90년대 초만 해도 중학교 가는 것이 매우 두렵기만 했었다. 교복 자율화가 끝나고 다시 교복을 입기 시작한 지 두 번째 해인지라 아직 3학년들은 사복을 입고 다닐 때였다. 사복을 입은 언니들이 왜 그리 무서웠는지... 교복을 입고 등교하며 그저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땅만 보고 등교하고 3학년 교실 쪽이나 언니들이 있는 쪽은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워낙 규율도 엄하고 양말도 하얀 양말과 검은 구두만 신어야 하고 겨울에는 검은 코트만 입어야 했으며 머리에 혹 핀이라도 꽂는다면 그것도 검은색만 허용이 되었다.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고 여름에는 리본까지 손수 매야 했던 교복... 

 규울을 어기면 학생부장선생님의 두꺼비 손 따귀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어떤 규율하나도 어길 생각을 못하고 다녔던 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규율이었고 규제였지만 80년대 후반에 초등(국민학교) 생활을 했던 나이기에 당연히 그리고 아무런 물음표 없이 순종하며 지냈다. 모든 것이 경직되었던...


 작은 아들 덕분에 창밖을 보이는 중학교 건물을 보며 나의 중학교 건물도 오버랩되어 지나간다.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학교인지라 일제식 건축 양식을 한 본관은 담쟁이덩굴로 가득 덮여있어서 지나가며 보아도 눈에 띄고 고풍스러웠고 마음 한편에는 멋진 건물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복도가 비 오는 날이면 너무나도 무섭게 들렸고 그와 관련한 귀신 이야기와 학교 전설로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붙잡고 '무서워~~'하던 어린 단발머리 여중생. 체육대회마다 계주에서 멋진 덤불링을 하던 선수 출신 체육선생님과 그저 좋아했던 과학 선생님~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 

 강수지 노래를 들으며 같이 울고 (강수지가 이별하고 부른 노래인지라..) 015B 노래로 위안받고 떼창도 하며 모든 인생의 슬픔을 갖고 사는 소녀들처럼.... 

 고교 진학을 앞두고(고입 연합고사가 있었다) 체력장 점수를 만점 맞고자 친구와 연습하고 (그 힘들던 오래 매달리기는 생각하면 아직도 목과 팔이 아픈 것 같다) 매달 모의고사를 보며 점수를 확인하기 전 그 떨림...  

지금 생각하면 응팔(응답하라 1988) 같은 시절 이야기. 이제는 '라떼'가 되어버린 이야기들... 순간들...


 둘째가 중학생이 된다. 며칠 전 교복도 맞춰오고 새 가방과 실내화 준비 이야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느낌, 생각 등을 솔직히 잘 이야기하는 편인 둘째가 

'교복을 맞춰오니 중학생 되는 것이 실감도 나고 엄청 떨리네 엄마~'

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떨려? 좋은 징조네~~' 

라며 같이 웃어주었다. 

 제복이 주는 그 상징적인 의미가 제대로 작용했나 보다. 교복을 입혀 놓으니 제법 큰 아이 같고 아직은 자리가 잡지 않아 어설퍼 보이지만 어색하게 웃는 아이의 뒷모습이 귀엽기만 해 보였다. 그래도 새 학교 가는 첫날이라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다듬고 실내화도 꼭 챙기고 중학교에 내야 하는 서류를 어젯밤부터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시대가 달라져도 새로운 학교에 진급하는 아이들의 마음의 긴장도는 같지 싶다.

 

 예비소집일에 다녀와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아니~ 이건 이래아하나요 굳이! 그런데 이건 이래서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선생님이 좀 무섭고... 어쩌고..'

한참을 이야기할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괜스레 기다려진다. 

 새 학교에 대한 첫인상이 어떠한지... 감히 내부를 들어갈 생각을 해 보지도 못 했던 중학교 건물은 어떻게 보였는지.... 

 아주 정성스럽게 귀담아 들어주고 싶다. 나처럼 나의 아들이 30년도 훌쩍 지나서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를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줄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오늘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기억해주고 싶다. 너와 나의 일부가 되어 기억될 이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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