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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부연 Jan 09. 2024

경제교사가 아님에도 경제를 가르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현직교사 15년차로 개인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경제교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에서 경제동아리(주식 및 채권투자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차가 되었고, 저와 공부를 함께 한 친구들은 채권도 주식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영수보다 경제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입니다. 당장의 국영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위권 학생이 아닌이상 국영수가 이 친구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공부가 중요하다고 목놓아 외치지만 정작 공부와 상관없는 진로를 택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을 더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금융과 경제를 가르치는 것이 인생에 있어 훨씬 값진 공부이며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제가 학교에서 경제교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투자를 가르쳐야 겠다고 결심한 계기에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1. 우리 학생들은 기회비용을 계산할 줄 모릅니다. 기회비용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였을 때 포기하게 되는 가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금융지식이 워낙 없다 보니 현재의 무절제하고 과시적인 소비가 앞으로 어떠한 삶의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택들을 하고 사는 것은 바로 금융과 경제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현재의 소비를 절제하고 이연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지를 바로 금융지식이 결정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2. 사교육의 비효율성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서성한중경외시이는 대학민국 학생 100명중 약 8명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100명중 8명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가 엄청난 사교육비를(인당 사교육비 세계 1위) 쏟아붓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지출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실패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100명중 8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의 학원의 '호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은 내 자식이 대학입학증을 받아온 순간입니다. 인서울 끄트머리의 대학 혹은 지방의 어떤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간 들인 노력과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사교육비는 매몰비용으로 더이상 회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모두 쏟아부어 이런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는 불안, 염려, 경제지식 없음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의 의식이 변화되어 스스로 자금을 통제하고 경제 지식을 쌓아나갈 때 더욱 행복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자영업자 비율이 최상위권 국가중 하나입니다. 제 아는 지인이 광역시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1개를 운영중입니다. 광역시에서 해당브랜드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알바생으로만 풀오토를 돌리고 있는데, 자신의 자본 2억원을 투자하여 연 순수익 2천5백 정도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게 광역시 해당프랜차이즈 매출 1위의 실적입니다. 연수익률 12.5%입니다.(저같으면 차라리 회사채를 사서 채권이자를 받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한 삶을 택할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자영업은 신경쓸 것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알바생들의 퇴직금, 각종 기기의 감가상각, 앞으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권리금(못받으면 원금 훼손) 등은 미포함입니다. 모두 포함한다면 수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입니다. 어떤분은 사장이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이 남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순수히 자본소득만을 따지고자 하고 기회비용을 논하려면 사장의 노동소득을 빼고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노동과 자본을 갈아넣는데 수익이 이런 것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시장이 너무 포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영업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이는데 금융지식이 없으니 창업 외에는 방법이 안보이는 것이겠지요.. 금융을 알고 투자를 알면 인생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도 선택의 순간순간을 살아갈 터인데 현명한 선택을 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는데 노인빈곤율은 OECD 1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노인자살률도 최상위권 입니다. 미래에 현금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 대책없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금융경제 지식이 없으니 인생계획도 없습니다. 내가 현재에 돈을 어떻게 소비해야 앞으로의 삶을 대비할 수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오는 엄청난 사교육비가 차라리 학생들의 금융자산 축적과 지식 축적으로 활용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마어마한 금융경제 강국이 되며 학생들의 미래도 훨씬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님들은 모두 좋은 선택들을 해나가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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