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모든 순간마다 선택은 옳았다
책이 나왔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 중순에 원고 첫 페이지 첫 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많이도 망설였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고민도 없었지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신 백란현 작가님이 계셨습니다. 두려움과 설렘의 마음으로 공저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전자책 과정을 경험한 탓에 책 쓰기가 고되고 힘든 일인지 압니다. 이번엔 공저이지만 종이책입니다. 내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고, 책임감이 느껴졌지요. 초고 날짜, 퇴고 날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초고를 들여다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과연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싶었지요. 수정할수록 내용은 산으로 가는 것 같고,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퇴고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책을 한 권이라도 낸 작가님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비인지 능력'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비인지 능력이란 포기하고 싶을 때 견디는 힘과 충동을 통제하는 내면의 힘이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생긴다는 회복 탄력성 같은 것입니다.
학업 성적이나 IQ와는 상관없는 것이지요. 비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삶의 성공 요소에 가까이 간다고 합니다. 책 쓰기야말로 이러한 비인지 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입니다. 인내와 끈기의 시간을 견디는 힘 말이지요.
퇴고의 과정은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문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힘을 냈습니다. 처음 초고를 쓸 때는 없었던 욕심이 마지막 퇴고 무렵에야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더 잘 써볼걸.' '엎고 다시 쓸까?' 생각에 이르렀지만 쓰고자 했던 생각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러니 세련되지 못한 글이어도 괜찮습니다.
10월 어느 주말에 대전으로 출간 계약을 하러 갔습니다. 육이일 작가님의 약밥 응원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공저 참여자는 아니었지만 정성스러운 손 글씨와 그림이 따스했지요. 선한 나눔이란 그런 것이 아닐는지요. 그 마음이 보석보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도 들지만, 초보 작가의 아름다운 도전쯤으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내 글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독자의 마음에 닿기를 바랍니다. 삶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을 쓰기로 했을 때 나로서는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이었지요. 그리고 완성했습니다. 함께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