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따라가던 뱁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는 지인에게서 친한 친구에게서 혹은 자주 보는 뉴스 채널에서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이 사람은 뭘 해서 이렇게 했대 하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재테크 주식 부업 N잡 블로그 여행 유튜버
와 저 사람은 퇴근해서 블로그 글을 쓰고 사이드잡을 하고 누구는 또 누구는 이 사람은 저 사람은
그러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라거나 나는 저 사람보다 더 여유가 있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몇 번의 시행착오와 좌절 또는 경험 그 사이에서 밀가루를 채에 거르듯 고운 것들만 남겨 나를 새 사람으로 만든 부분이 꽤 많았다. 그렇지만 원래 세상은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이다. 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기에 또다시 새로운 걸 접하면 그걸 그냥 지나치는 것은 내가 게으르거나 느슨해졌다는 일종의 강박이 생긴 것이다. 이런 멋진 생각을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다시 없을 경험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일을 더 이상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칠 수 없게 된 것이다. 단골 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은 날 신메뉴가 연달아 5개가 나왔는데 그걸 본 날 5개를 다 먹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그러나 지나친 것은 언제나 탈이 난다.
태엽이 감긴 시계처럼 자각만 한 채로 그날 해야하는 일과 해볼 수 있는 일과 해봐도 괜찮을 일과 하기 싫지만 어쨌든 도움이 될 거 같은 일을 한다. 얼마 간의 뿌듯함과 뭔가 억눌린 듯한 느낌.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뭔 갈 '하고 있다'는 쾌감은 무척이나 커서 모든 걸 가리기도 한다. 탄산음료를 마구 흔들어 놓고는 괜찮을 거야 하고는 냉장고에 넣어뒀다. 얼마나 지났을까 갈증이 나 뚜껑을 따는 순간 입에는 대지도 못한 채 콸콸 넘치는 것이다. 그렇다. 뚜껑을 딴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안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찾아 헤맸다. 만화책을 읽고 멍하니 누워 공상하거나 달콤한 것들을 잔뜩 사먹거나. 한동안 그러기를 반복하고는 놀랍도록 앞선 모든 것들을 하기 이전의 내가 있다. 새롭거나 좋거나 대단하거나 꼭 하지 않으면 안될 것들. 나는 여전히 그것을 원하든 원치 않든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도해보는 걸 그만두지 않겠지. 나는 언제나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기에. 어찌 되었든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해야 할 일을 다시 찾아 하고 그 안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발굴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과거의 나를 과격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그러곤 이미 지난일을 어쩔건데 하고 자조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그런 일들을 찾아 헤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