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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의 글빵연구소 졸업발표회에 다녀와서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한 이유

by 눈물과 미소



미야 선생님의 '미야의 글빵연구소' 졸업 발표회에 다녀왔다. 각자 준비한 졸업작품을 발표하고 간략한 합평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여러 작가님의 훌륭한 글 사이에 있는 나의 글은 참으로 초라했다. 나도 저분들처럼 유창하고 밀도 있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시종일관 들었다. 글이 아닌 나의 목소리에 대한 칭찬에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럽게 여겨졌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들고 갔는데도 미야 선생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 귀인 대접을 해주시고 풍성한 선물까지 주시며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드시는 것이 아닌가.


열패감에 사로잡힌 내가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뒤 처음으로 한 일은 엉뚱하게도 화장실 청소였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려면 화장실을 보면 된다는, 어디선가 들은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화장실을 쓱싹쓱싹 청소하면 나의 내면이 조금 더 깨끗해져서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나 보다.


그런데 이제와 곰곰 생각해 보니 문제는 퇴고였다. 평소 퇴고를 게을리해 온 나는 역시나 졸업작품에도 충분한 퇴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글을 발행하는 일 대신 글을 퇴고했더라면 졸업 발표회에서 그토록 부끄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원래 뒷심이 부족해’라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퇴고를 정성껏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 선생님, 가르침 주시고 환대해 주시고 챙겨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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