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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Jan 25. 2024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워킹맘의 유방암 극복 이야기 1

고등학교 교사로 직장생활 20년차인 저는 중1 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항상 직장이나 가정에서 책임과 성실을 기본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적당한 운동을 즐기고, 점심 시간에는 주로 산책을 하며, 음주나 흡연은 전혀 하지 않는 비교적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가끔 불금에 먹었던 치킨이나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통증은 전혀 없었는데 왼쪽 유두에서 알 수 없는 맑은 액체 분비물이 흘렀습니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방암 의심 증상일 수도 있고, 단순 염증일수도 있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늘 건강에는 문제 없다고 여겨왔던터라 별거 아니겠지 하고는 병원에서 초음파와 조직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분비물이 나온다고 다 암은 아니라고 하시면서 조직검사를 통해 확실히 해두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는 유방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동안 직장이나 가정에서 항상 성실하게 살아왔고, 나쁜 음식도 웬만하면 안 먹고, 운동도 적당히 해왔는데, 내가 유방암일리는 없을거야"라고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몇일 뒤,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궁금하던 전화가 왔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전화로 알려 줄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내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직장이 멀어서 병원에 바로 방문이 어려우니 전화로 알려줄 수 없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의사선생님께서 전화를 다시 주셔서 결과를 알려 주셨습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유방암'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유방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많이 당황하는 기색이 있었습니다. 저도 아닐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충격이 너무 컸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대학 병원 세 군데 정도 예약을 잡아 주셨습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자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몇 일 뒤 다시 내원해서 조직 슬라이드, 의뢰서 등 대학병원에 제출해야할 것들을 받아 왔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병이 걸린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각종 유방암 관련 정보를 틈만 나면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나름대로 유방암 걸린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수면 부족과 물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암세포는 항상 우리 몸에 존재하고 생겼다가 없어졌다를 반복하는데, 우리 몸이 극도로 피로를 느끼고 수분이 부족하거나 저체온일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암세포가 자리를 잡는다고 합니다.


그동안 저는 성실과 책임감을 다하여 집안을 돌보고 아이를 키워냈으며 직장에서는 성실한 교사로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주말이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 주느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쉼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좋아했던 저는 잠을 안자고 밤늦게까지 드라마 정주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날이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육아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풀어야 정신적으로 힐링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다음날 부족한 잠을 자고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또 직장에서는 열혈 교사로 열정을 다했지요.


수면 부족과 함께 물먹기에 게을렀던 저를 떠올렸습니다. 왜 그렇게 물먹기가 귀찮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었습니다. 한여름에 아주 목마르지 않으면 거의 물은 많이 먹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하나라도 더 보고 경험하고자 했던 일이 피로가 쌓이고 쌓여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2023년 한국나이로 오십세, 1974년생 초코파이와 동갑내기입니다. 친한 직장 동료 언니가 오십이라는 나이가 그냥 오는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 언니도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너무나 큰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수술로 다시 찾은 삶


세 군데 병원 중 첫번째로 예약이 잡힌 곳은 강남세브란스 병원입니다. 수술 방법은 전절제라고 하셨고, 복원수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복원수술까지 하면 무려 10시간 가까이 수술을 해야했고 회복하는 것도 훨씬 고통이 따른다고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예약이 잡힌 곳은 삼성서울병원입니다. 역시나 수술방법은 전절제라고 하셨습니다. 수술 전 각종 검사를 통해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데 저는 유두 바로 아래에 있어서 전절제는 필수라고 하셨습니다. 남편과 미리 의논한대로 전절제 후 복원 수술은 하지 않는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집에서 다니기도 괜찮은 삼성서울병원의 시스템이나 의사선생님에 대한 믿음으로 수술날을 잡고,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취소 전화를 하였으며, 세번째 아산병원은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맡은 업무도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수술날짜가 잡히자 기간제 교사도 구하지 못한채 동료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병가에 들어갔습니다.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어 다행히 인수인계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은 전절제 후 복원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기에 전신마취 후 빨리 입원실로 돌아왔습니다. 첫날은 침대에서 절대적으로 안정을 해야 합니다. 배변도 남편 도움을 받아 누워서 해야하는 점이 불편했지만, 그럴 때 남편 찬스 확실하게 썼습니다.


가정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남편은 다정다감한 편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 다음날, 의사선생님께서 수술은 아주 잘되었으니 최종 조직검사 나올때 다시 보자고 하셨습니다.


5일간의 입원을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 매일 해야하는 스트레칭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왼쪽 가슴 수술을 할 때 림프감시절의 일부를 제거하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팔이 잘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힘들게 스트레칭을 하고, 수술 한달 뒤에는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병행하면서 거의 예전의 몸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절제를 한 부위는 6개월이 경과한 지금도 아주 가끔 찌릿한 느낌이 있지만 점점 완화되고 있어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암 수술 후 면역력 회복에 좋은 면역 주사인 싸이모신 알파1도 가까운 유방외과에서 추천해 주셔서 수술 후 몸관리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어차피 유방암에 걸릴 상황이라면 최악의 상황이 아닌 초기에 발견되었다는 점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고마운 건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가 불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저의 유방암 원인은 호르몬 양성, 암의 성질이 순해서 전이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하셨습니다.


보통 유방암 수술을 하면 부분 절제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이 필수로 따라오는게 표준치료인데, 그 모든것이 패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맙고 기뻤습니다.


외모를 가장 중요시 여기던 저였기에,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 상상만 해도 끔찍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만약 항암을 하게 되면 잘 극복하겠다고 미리 공부도 했었는데, 전절제를 하면 항암치료를 패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제가 그런 케이스였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김석원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수술도 깔끔하게 잘 받고, 그 이후 5년간 이루어질 호르몬 약물 치료와 난소보호주사(졸라덱스)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6개월 검진도 무사히 통과해서 이제는 1년 뒤에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삶은 고마움의 연속 세레나데


가장 고마운 건 최종 조직검사 결과였습니다. 일단 림프 전이가 없다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다른 장기에도 뼈에도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고마웠습니다. 최종 기수는 1기로 아주 작은 크기의 유방암 초기암이라는 것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수술 이후로 매일 감사일기를 SNS에 올립니다.

#오늘도감사한하루 라는 해시태그가 저의 시그니처 문장이 되었습니다.


#수술 이후 몸관리


먹거리는 이전과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퇴원전 식생활 교육을 통해 배운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잡힌 식단관리입니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과 신선한 야채, 과일, 특히 콩류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고 있습니다. 두유는 유방암에도 좋다고 해서 매일 먹고 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치킨도 거의 먹지 않고,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거의 먹지 않습니다.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 예전만큼 입에서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다른 가족들이 먹을때 조금은 먹습니다. 완전히 금기시하는 음식은 특별히 없지만, 알콜은 절대 입에 대지 않습니다. 원래도 술은 안 마시지만, 알콜이 여성 호르몬을 유발시킨다고 해서 절대로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 외 홍삼이나 자몽도 여성 호르몬 유발원인이 되고, 몸에 좋다는 엑기스류는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먹지 않고 있습니다.


면역력을 떨어뜨린 수면 부족과 물 부족은 수술 이후 적극적으로 달라진 생활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밤 11시 전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가능하면 6시에 일어나도록 합니다. 잠은 적어도 7시간 이상은 자야 몸이 충분히 충전할 수 있습니다. 물은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직장에서 수시로 먹고 있습니다.


잠을 잘 자고, 물을 챙겨 먹은지 6개월이 흐른 지금 확실히 달라진 점은 바로 피부의 변화입니다. 늘 피부가 건조해서 비싼 화장품이나 피부과 관리를 받아도 크게 호전된다는 생각이 안들었는데, 물을 먹었더니 기적처럼 피부의 속당김이 사라졌습니다.


#운동 만이 살 길이다


수술 후 유방암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관련 정보도 알게 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운동으로 암을 극복한 책이었습니다. 제가 수술 이후에 몸 관리를 위해 꾸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비싼 약이나 치료가 아니라, 바로 운동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휘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여 유산소, 근력 운동을 매일 조금씩 하고, 주 2회는 필라테스를 통해 코어 근육 강화와 스트레칭으로 몸관리를 합니다. 수술 전에도 적당한 운동은 했지만, 지금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건강관리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보니 아무리 바빠도, 시간이 늦어도 운동을 가는 습관을 들이니까 루틴이 되어 가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몸에 열이 나고 적당히 땀을 흘린 후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밤에 잠도 잘 옵니다.


제가 5년간 처방받은 여성 호르몬 억제 약은 타목시펜이라는 성분의 약인데, 갱년기 증상으로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사실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수면장애도 겪는 경우가 많고, 홍조나 열감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을 복용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다행히 일상생활에 불편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갱년기 증상 극복을 위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삶의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 덕분에 밤에는 잠도 충분히 잘 잡니다. 다만, 갑자기 열이 오를 때는 한겨울에도 덥다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덕분에 추운 겨울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지인들도 요즘 제 얼굴을 보면 혈색도 좋아보이고, 피부에 윤기도 흐른다고 합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잠을 잘 자고 물을 먹었더니 몸이 너무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암은 앎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앞이 캄캄하고 미래가 불투명하여 밤에 잠도 안오고 극도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찾아와 너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나니 오히려 고통이 줄었습니다. 암은 무지로 인한 고통이 큰것 같습니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내린 의사선생님도 괜히 인터넷에 나오는 이런 저런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병원에서 듣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책이나 주변에 경험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두려움 보다는 맞서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전신마취까지 하면서 수술의 고통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암은 누구나 감기처럼 걸릴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걸리더라도 그것에 대해 잘 알고 대처를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학기술은 세계 1위입니다. 건강보험 제도로 암환자 5년간 산정특례제도에 의해 병원비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의료진만 믿고 잘 따르면 백세시대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건강 관리가 너무 잘되어 길고 긴 노후를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새롭게 태어나다

#내 삶의 터닝포인트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수술 이후 저의 마음가짐은 전과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도 너무 소중하고, 가족 또한 너무 소중합니다.

저는 수술 이후 딸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제자들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하지도 않으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지금의 제가 더 좋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알지 못할 것들을 너무나 많이 깨달았습니다.


+ 도움 받은 책 리스트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_김혜남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_김훈하

암은 앎이다_김성동

나영무 박사의 암치유 기적의 운동_나영무


이 글을 쓴 이유는 나의 변화된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경험하게 될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입니다.

저또한 잘못된 인터넷 정보로 하루에도 여러번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경험이 있습니다. 차분하게 책을 읽고 담당 의사를 믿으면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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