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공무원 합격자의 달라진 인생 고백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성공과 실패가 매우 명확한 세상이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집안, 잘 생긴 외모 중 확실한 한 가지를 가지지 못한다면 실패한 인생이었고 그 기준으로 나는 명확하게 실패한 인생이었다.
최근의 세상은 다양한 성공에 대한 정의가 나오고 있지만 나에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패의 이력이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하나씩 적어보도록 한다.
- 중학교 3학년 37등 왕따
- 공인회계사 1차 시험 불합격
- 과장 승진 3회 누락
- 코로나로 인한 뉴질랜드 영주권 도전 실패
누구나 쉽게 겪을 만한 실패이기도 하지만 이런 실패를 계속 겪다 보면 더 큰 문제는 자신감의 하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패배자라고 느끼며 술로 세월을 보낸다거나 세상을 절망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적으로 끝났다면 지금 이 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를 이겨낼 만한 하나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무언가 안 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우선 도서관을 찾아간다. 작은 문제들은 동네도서관에서 끝나지만 큰 문제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독도서관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열람실에 앉아 앞으로는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중3 때는 다시 중학교 1학년 교과서를 펼쳐 뒤늦게 수학공부를 시작했다. 공인회계사를 불합격하고 나니 취업까지 겨우 3개월이 남아있었지만 나는 토익책을 폈다. 승진 누락이 계속되자 나는 이민을 꿈꾸며 일주일에 세 번 아침 7시에 30분씩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이민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 날 나는 7시간 동안 공무원 한국사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한 나의 이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 입학
- 당시 제계 2위 그룹 금융계열사 입사
- 취업비자 3년과 아이들 학비가 보장되는 뉴질랜드 준석사 과정입학
- 43세 국가직 공무원 합격
대단한 성공과 부와 명예를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성과들이다. 실패 후에 찾아온 것들이기에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실패 후에 늦었다고 절망하고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늦게라도 시작한 공부는 나를 절망의 늪에서 꺼내 주었다.
사람들은 확률을 얘기한다. 내가 합격한 공무원 시험에서 40대 합격생은 5.6%였다. 이 숫자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5.6%만큼 힘들기 때문에 늦게라도 도전할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합격이라면 오히려 김 빠졌을 것이다. 어차피 늦었으니 결과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한번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이 나의 이력을 바꾸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늦었다고 체념하는 당신에게 이번 주말에는 꼭 도서관에 가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비록 늦었지만 당신이 시작할 수 있는 공부는 아직 많다. 아니 공부를 시작하면 늦었다는 말이 참 부질없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