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시리즈
그동안 정기적으로 받은 발달검사에서도 아무 이상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18개월이나 돼서 절개하고 뼈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아직 손에 만져지는 뼈들이 너무 몰랑해 조심조심 안고 보듬었던 첫째의 몸에 칼이 들어가야 된단다.
진단 내리고 처방하기에 바빴던 선생님들 앞에서 나도 조급해져하고 싶은 말도 꾹 참은 적이 많았는데,
이 선생님은 얼마든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해 주시고 위로까지 해주셨다.
나는 엄마도 아니야.
그리고 몇 일 후 저녁,
"어머니, 수술 하나가 취소됐습니다! 내일 준비하세요!"
둘째가 어릴 적 일이다.
역시나 걸음마가 느렸다.
발달검사 때마다 고관절탈구인지 검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첫째를 봐주신 교수님께 데리고 가 검사도 받았다.
매번 정상소견이었다.
그러다가 16개월 때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걸음걸이가 영 불안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비틀 뒤뚱뒤뚱 걸었다.
밤마다 관련 카페를 가입해 증상을 검색하다가 걱정의 늪에 빠져버렸다.
아이의 증상이 근육병이나 뇌질환 쪽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소아정신과와 소아재활기관을 찾아다녔다.
소아정신과에서는 아직 너무 어려서 진단을 내리거나 검사하기는 어렵겠다고 했다.
소아재활기관은 아이의 움직임을 보더니 재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육병은 아니냐고 먼저 얘기를 꺼내니 갑자기 상담실 문을 닫더니 그런 진단을 받았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상세히 물었다. 그냥 카페에서 글을 보고 내가 혼자 생각한 거랬더니 검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재활의 스케줄이 달라질 거고 견적은 이정도까지 생각하라고 말했다. 문까지 닫아가며 비밀스럽게 얘기할 만큼 심각하구나. 그런데 견적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마침 또 이사 간 집 근처에 소아재활로 유명한 대학병원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걸음걸이가 정상적이지는 않으니 재활을 시작해 보자고 했고, 그렇게 1년간 주 3~4회 재활을 진행했다. 우리 애와 스케줄이 같아 재활실 벤치 앞에서 늘 만나던 언니가 있었는데, 우리 애들이 나중에 어린이집에 다닐 수는 있을지 함께 많이 걱정했었다.
첫째가 어제 12번째 생일을 맞았다.
3학년때까지 받던 뼈 정기검진은 졸업하고, 얼마 전 줄넘기 학원에서는 주니어로 승급했다.
어릴 적 뼈수술했다고 양가에서 뼈에 좋은 음식들을 하도 많이 해주셔서 키가 상위 10%다.
몸무게도 상위 10%다. 아이고..
둘째는 너무 뛰어다녀서 문제다.
메뚜기 같다.
그만 좀 움직였으면 좋겠다.
입이 짧아 키도 평균이고 몸무게는 미달이다. 그렇게 움직여대니 살이 붙겠니..
그때 만났던 언니네 아이도 어린이집을 거쳐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그 언니랑 마침 같은 동네여서 등산 베프가 됐다.
다음에 이사를 가면 병원이 없는 동네에 가야겠다.
이거 원, 뭐 잘하는 병원이 집 근처에 있으니 다 신세를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