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911 테러, 러우전쟁, 그리고 비상계엄.
짧은 글 시리즈
1997년 12월 3일 밤.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같이 TV를 보는데 긴급뉴스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을 받을 거라고 했다.
굳어가던 엄마의 얼굴을 보며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가 본데 내일 학교는 쉬나? 정도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랏빚을 갚으려고 금을 들고 줄을 선 행렬에 가슴이 찡했고, 나는 금이 없는 대신 끝까지 타이타닉을 보러 극장에 가지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밤.
엄마랑 나란히 앉아 귤을 까먹고 있는데 속보가 떴다.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비행기가 빌딩을 향해 날아와 그대로 박히고 폭발한다.
사망자가 3천여 명에 달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죄 없이 당해버린 그 수만 명의 사상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누가 책임질 건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한다.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지만 전쟁은 여전히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아직 어린 딸은 전쟁이 났으니 학교에 안 가도 되는지를 제일 먼저 묻는다. 나는 이 상황을 아이에게 최대한 대충 설명해 줬다. 내 의견이 더해지면 아이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신랑과 재미있게 예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톡방이 미친 듯 울어댄다. 이 밤에 무슨..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단다.
지금은 고인이 된 몇몇 정치인들이 생각나며, 무서웠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사이렌 소리, 경찰부대, 헬리콥터 소리, 장갑차 진입 등 수많은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채널을 틀어도 다 그 얘기였다.
이제 곧 첫 자가를 마련해 이사할 계획인데... 망한건가...?
그렇게 자정을 넘겨 잠이 들고 일어나 보니 해체가 되었단다.
후폭풍도 두렵긴 마찬가지.
이 상황을 아이들에게 최대한 대충 설명했다.
이건 길게 말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내 사견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정말 대충 설명했다.
몇 주 전,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을 갔는데 광화문의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을 보여주고 싶어 역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갔었다. 그 길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확성기를 들고 운집해 있었고, 그분들이 언급하는 정치인의 이름이 연신 스피커로 들려와 서둘러 버스를 타고 그곳을 벗어났었다. 그런데 그걸 기억한 아이들이 지난밤 비상계엄이 그 사람들 때문이냐고 물었다.
"... 엄마도 잘은 모르겠어, 알아보고 알게 되면 알려줄게. "라고 말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