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랑 Mar 26. 2024

오늘도 스무살을 살고 있는 마흔살의 남편에게

나의 38년 인생에

22년을 차지하고 있는 남편.

남편과의 기나긴 시간들이

이제는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격렬히 회피했다.

남편과의 기나긴 시간들이

서른여덟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마치, 남편이 사라지면

나 역시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심리상담을 하던 날.

내 안의 느티나무 옆에 우뚝 서서

날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보내줬다.

우리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타인이라서

나는 그토록 울었던 걸까.

남편은 남편의 시간에서 살아야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달려야한다.

그것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서로 다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말을 한다.

같은공간에서 같은말을 나누던 기억은

내가 소중히 간직해둘테니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마.

어쨌든 네 곁에 내가 있을테니.

-머리를 다친 후, 오늘도 스무살을 살고있는 마흔살의 남편에게.

작가의 이전글 85년생 85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