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박제는 빛을 죽인다. 그물에 닿는 순간 물고기는 죽는다. 살아서 호흡하는 생명과 영감의 역동성은 빛이다. 그물이 물고기를 죽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명의 경이에 끊임없이 순간을 붙잡으려 그물을 던지는 게 어부의 운명이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물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어부는 어부 이외의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인간 아닌 것이 될 수 없으니까. 인간은 계속해서 그물을 던진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체성, 인간 조건이다. 그물을 던지는 존재가 어부이듯 자의식을 여기저기 투영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건져 올려 피를 빼내고 내장을 손질하고 얇게 썰어 접시에 얹는다. 일련의 과정을 빠르고 능숙하게 해내면 (사실은 근육과 신경의 반사 작용에 불과한) 꿈틀거림을 포착해 낼 지도. 그리고 이를 '살아있음'으로 오해하여 인간은 만족하고 더욱더 많은 물고기를 향해 그물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