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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Lee Speaking Jan 09. 2024

생각에는 답이 없다

삶이라는 바다와 이념이라는 뗏목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둥실거리듯 꿈꾸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네요. 회사 점심시간에 메일을 확인했고, 뛸 듯이 기쁜 나머지 옆에 있던 동료를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구 연락했더랬죠. 


혼자 즐겨 쓰던 글들을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어놓았습니다. 제가 일으킨 물결에 누군가는 좋은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언제나 설렙니다. 선한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하고, 갈고닦는 행위는 한 개인의 삶에 끊임없는 열정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제가 세상에 물결을 만들어낼 기회를 제공해 준 브런치 플랫폼,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좋은 글 써 나가겠습니다.


한 때, 제게 이 '세상이라는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측을 불허함은 물론이거니와 통제할 수도 없는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는 이 바다에서, 절망 속에 허우적거리며 고통받던 20대 시절이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혼돈의 바다 자체가 고통이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종교와 철학에 기대어 보았습니다. 유달리 예민한 성격이 고통의 원인인가 싶어 마음공부와 명상 수련도 해 보았습니다. 파도에 맞설 튼튼한 뗏목을 만들고자 이런저런 이념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이념은 저를 파도로부터 구하는 듯했지만 안심할 만하면 항상 난관에 봉착해 난파되기 일쑤였고, 저는 또다시 바다에 던져져 연거푸 물을 마시며 다음 뗏목을 찾아다녔습니다. 반복하기를 수어년, 인고의 시간 끝에 도달한 아름다운 진주 같은 결론은 단 하나였습니다. 


생각에는 답이 없다


생각(이념)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답을 찾고자 하는 의문이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면요.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념은 근본적으로 삶을 제한합니다. 삶이 바다라면 이념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입니다. 이념은 혼란스러운 바닷속에서 안전을 제공합니다. 위처럼 근본적인 의문에 '나름대로'의 대답을 제공하고, 고통을 덜어줍니다. 바다라는 혼돈의 우주에 영문을 모른 채 던져진 조약돌 같은 우리네 삶에, 이념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줌으로써 두려움을 덜어줍니다.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식 중에서, 다수가 의심 없이 선택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러한 삶의 태도가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삶이라는 바다에 몸을 내던져, 삶이라는 기적을 생각이 아닌 살갗으로 체험하고 싶습니다. 바다에 뛰어들어 고통받아가며 영법을 체득해서, 수면 위에 머무르는 삶이 아닌 바닷속 깊은 곳까지 잠수하고 싶습니다. 삶의 무궁무진함을 다채롭게 살아보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유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념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까닭입니다. 


삶이 선물하는 스펙트럼을 최대한 다양하게 살아보고자 하는 갈망이 있으시다면

(저는 이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인간 조건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열정을 느끼고자 하는 갈망이 그 증거입니다)

제가 앞으로 써나갈 이 글들이 당신에게 미약하게나마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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