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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심 May 22. 2024

연예인도 나의 질투를 피할 순 없지

팟캐스트를 듣다가 우연히 들은 말인데 일리가 있다. 불안함이 오히려 사람을 무언가 하게 만든다는 말이었다. 삶이 안정적이라 여길 땐,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밥 먹고 유튜브 보고 씻고 누우니 잘 시간이었다. 지금은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은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부지런해졌다. 사실 불안보다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있다. 바로 질투다. 태생부터 질투가 많아 식탐과 물욕이 기저에 있었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삼촌은 어릴 적 내가 손에 과자 봉지를 꼭 쥔 채로, 다른 아이가 간식 먹는 걸 빤히 쳐다본 이야기를 자주한다.      


“임마. 그때 애 엄마가 간식 안 나눠줬으면 평생 거기 서 있을 기세였어.”     


그뿐인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짝꿍이 게임기가 달린 필통을 자랑한 적이 있었다. 아바타를 키우는 게임기였는데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 되면서 문방구마다 품절이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필통을 구할 수 없자 엄마에게 무작정 울고불고 떼썼다. 막내딸의 어마한 고집에 엄마는 결국 휘몰아치는 저녁 눈보라를 뚫고 옆 동네까지 달려가 필통을 겨우 구해주었다. 엄마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치를 떤다.    

  

“꼭 너 같은 자식 낳아라.”     


엄마의 저주는 등골이 오싹하다. 시기가 많으면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떼쓰거나 표현만 하지 않을 뿐, 하루에도 질투로 인해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질투의 영역이 식탐과 물욕을 넘어서 더 확장되었다. 인스타그램에는 기고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스크롤 내릴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은 삐뚤어진다. 웃기지만 연예인도 나의 질투를 피할 수 없다. 아이돌이 명품 엠버서더가 되었거나 출연했던 작품이 흥행했다는 기사를 보면 ‘나도 저런 환경이었으면 성취하고도 남지.’라며 그 사람의 대단함을 인정해주지 않으려 했다. 이 심보로 내가 조금이라도 추켜세워졌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아니다. 비교의 늪에만 빠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쏟아지는 콘텐츠를 마주하려면 시기를 절제할 필요가 있었다.    

  

‘잘하고 싶은 분야에만 질투하자.’     


욕심나는 글쓰기, 건강 관리, 독서 관련 게시물은 질투의 마음으로 세심하게 뜯어봤다. 참고할 건 없는지, 어떤 부분을 내가 적용하면 좋을지 관찰했다. 범위를 좁히면 명쾌하게 답이 떠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결국엔 질투에 눈이 멀어 마음만 조급하고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날, 유튜브 <빠더너스>에 아이유를 인터뷰한 영상을 봤다. 중간쯤에서 채널 주인공인 문상훈이 아이유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수많은 콘텐츠를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드디어 찾았다.        


“콘서트를 직관한 관객으로써 정말 감사해요. 어쩌면 이런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감사함을 넘어선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예쁘고 멋지게 조각할 수 있었는지 그 고단함을 생각하면 마음의 빚이 있어요.”   

  

감사함.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 이전에 작품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다는 감사함을 잊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창작자에 대한 노력을 질투로 덮어두다니. 글도 멀리서 봤을 때, 키보드를 거침없이 치면서 술술 써질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다섯줄짜리 글도 반나절을 붙잡고 있던 적이 많다. 창작자들이 이 고난을 포기하지 않고 잘 조각해내어 나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거나 자극이 된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맞겠다. 


이슬아 작가님에게는 책출간이 아니어도 글쓰기로 먹고 산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는 감사함을 전한다. 또 유튜버 유랑쓰님에게는 퇴사의 용기와 여행에서 굳이 큰 걸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색다른 가치관을 알려주어 감사하다. 모든 아이돌에게는 운동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줘서 감사하다. 책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김겨울 작가님도 다음 책 뭐 읽을지에 대한 고민을 신간 책 소개로 대폭 줄여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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