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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림 Apr 07. 2024

공중 곡예사

흙과 나무로 빚는 시

그는 다시 나의 손을 놓았다.

내 마음은 종잇조각처럼 오려져

환호하는 소리를 향해 흩날린다.


떨어져도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 바닥.

나를 붙잡는 손도, 밧줄도 없는

텅 빈 하늘에

날개 없이 유영하는 두려운 자유로움.


그러나

저 끝에서 나를 향해 뻗는 팔과

그를 매단 밧줄을 보며,


나는 흔들어 저항한다.

그의 차가운 손과 진동하는 밧줄이

나를 묶고 끌기 전에.


나는 흔들어 도망간다.

그의 떨리는 눈빛과 불안한 욕망에

내가 잡혀 끌리기 전에.


떨어져도 떨어져도 알 수 없는 바닥.

나를 향해 내미는 손도 밧줄도 없는

텅 빈 하늘에

날개 없이 유영하는 자유로운 두려움.


나는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마음은 종잇조각처럼 오려져

환호하는 소리를 향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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