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공림의 생각스케치

by 공림


흔했던 것도 줄어들고 사라지면 귀해진다. 오래된 물건이야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값어치도 올라가고 골동품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거래까지 되지만, 그런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있다. 골목길이다. 예전엔 공간을 아끼느라 그랬겠지? 사람 한두 명 지나다닐만한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집을 짓다 보니 그야말로 미로 같은 골목이 만들어졌다.


세상물정 모르는 애들에게는 술래잡기를 하기에 최적인 놀이터이다. 놀다가 아무 대문이나 열고 들어가도 다 아는 사람이었다. 술래잡기하느라 골목골목이 시끄러워도 누구 하나 나와서 야단치는 사람 없었다. 다 우리집 애들이려니 그랬을 것이다.


요즘은 차가 드나들 수 없는 길에는 건축 허가도 안 내준다. 이러다 골목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처럼 동네를 걷다가 새로운 골목을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갑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심심하면 하나씩 모르는 길이 나온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맛있는 것을 아껴먹듯 천천히 한 걸음씩 걷는다. 칠한 지 오래되어 페인트가 벗겨진 대문을 지나고, 초등학생이 연필로 그려놓은 장난스러운 그림이 있는 담장도 지나고,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창문도 지나고,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소리가 흘러나오는 집도 지난다. 대문밖에 연탄재라도 쌓여 있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욕심이 너무 과하다.


이 정도면 어느 곳에 골목 체험 테마파크가 만들어질 만한데, 아직은 실내에 옛 동네를 인형과 함께 꾸며놓은 것이 다인 듯하다. 아이들이 실제로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게 미로처럼 만들고, 벽에 낙서도 할 수 있고, 원하는 사람은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이 골목 저 골목 탐험하며 골목 지도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재밌을 것 같다. 오랜만에 오래된 골목을 발견해서 그런지 별생각이 다 든다. 역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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