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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깔전종만 Nov 12. 2024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

중국 항주/황산 여행

  부산에 사는 친구가 왔다. 중국 항주/황산으로 3박 4일 가을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부산에 사는 친구는 전날 우리 집(서울)으로 와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우리와 같이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여 항주공항으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야 한다.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동창 3쌍이 떠난다. 이 친구들과 그동안 국내여행은 가끔 했지만 해외로 떠나기는 처음이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아내들도 서로를 잘 알고 있어 떠나는 마음이 편안하다. 안양에서, 부산에서, 서울에서 모인 우리는, 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을 도와줄 여행사 관계자를 만나 출국수속을 마무리하고 시간이 되어 우리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중국 입국이 무비자다. 작년에 장가계를 다녀올 때는 입국 비자가 있어 절차상 상당히 복잡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오늘부터 무비자로 바뀐 것이다. 비자가 없어진 건 좋은데 비자를 받기 위해 미리 지불한 비용이 너무나 아까웠다. 비자 신청비에 대해 여행사에 문제를 제기를 했지만 중국에 지불하는 금액으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여행사로부터 왔다.

  여하튼 우리 3쌍의 부부는 발, 다리가 떨리기 전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어느 누군가의 말을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그리고 천하제일경 황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향하여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수다와 함께 우리나라를 떠났다. 중국은 우리 보다 1시간이 늦다. 우리나라에서 12시 반에 떠난 비행기는 중국시간으로 2시쯤 항주공항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항주공항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자가 있을 때는 국내에서 힘들었고 이번 여행은 중국에 도착하여 항주 공항을 나가는 게 참 힘들었다. 무비자가 처음 시행되는 날이라 그럴 거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다른 게이트가 비어 있는데도 보완하지 않고 소수의 게이트만 이용한다. 여행객들이 불평불만이었다. 항주공항을 빠져나가는 시간만 해도 2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지쳐 갈 즈음, 8쌍의 16명이 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현지 가이드와 조우를 했다. 항주공항에서 황산까지 버스로 3시간 걸린다.

  황산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가 황산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중국 5악(岳)은 중국의 이름난 다섯 산을 말하는데 황산, 형산, 화산, 숭산, 태산이라고 한다. 5악 중에 하나가 우리가 여행을 하는 황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가계나 북경 등을 선호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황산은 중국에서 천하제일경의 자연산이라고 한다. 장가계는 중국 정부가 개인(싱가포르인, 중국인)에게 위탁을 해 주어 무리한 시설물이 들어서지만 황산은 중국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게 되므로 산 훼손을 최소화하여 개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장가계에 비하면 환경 친화적인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황산 시내에 있는 호텔 인근에서 식사와 함께 약간의 음주로 기분 전환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술이 부족했는지 우리는 황주 시내를 돌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과일, 안주 등을 푸짐하게 마련하여 호텔에 들어와 2차로 먹고 마신다. 예전에 비하면 주량이 많이 줄었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한 한(?)을 술과 수다로 다 쏟아 내놓는다. 아내들이 있는데도 부끄럼 없이 상대방의 신상에 대해 여과 없이 다 늘어놓는다. 깨복장이들의 특권이기도 하다.

  다음 날은 휘주 고성과 우리 진짜 목적지인 황산을 가는 일정을 앞에 두고 잠을 청한다. 잠에서 깨어 날씨를 본다. 황주 산의 아름답게 펼쳐지는 봉우리들을 감상하려면 날씨가 우선 되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 아내가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예전에 공항 증세가 있어 치료를 했는데 그때와 같은 현상이란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답답하다고 한다. 병원은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우선 청심환이라도 먹어 보면 어떨까 해서 가이드에게 부탁을 했고 청심환을 먹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니 괜찮다고 한다. 다행이다. 오전에는 휘주 고성을 가는 일정이다. 휘주는 황주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황주는 인구가 170만 명쯤 된다고 한다. 휘주 고성은 중국 4대 고성으로 휘파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성곽 속 옛 거리이다. 그리고 포청천의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장마차가 있는 먹거리 그리고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 옛 풍습인 시끌벅적한 어량거리를 눈에 그리고 카메라 렌즈에 가득 담아 보았다.

휘주고성 입구

  점심 식사 후 우리는 황산으로 향한다. 황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 및 문화유산으로 ‘이곳에 오르니 천하에 오를 산이 없더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황산을 극찬한다고 한다. 리무진버스는 황산 초입의 대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굽이굽이 산봉우리 향해 오른다. 우뚝 선 산봉우리, 그 위 살포시 앉은 수십 년이 되었을 듯한 소나무 한그루 그리고 그 위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그려지는 멋진 풍경이 보인다. 황산 뒷산에서 오르는 태평 케이블카는 100명이 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내내 여행객들의 아름다움에 반한 함성이 들린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신비로운 운해 그리고 아찔한 절벽 등 바위산은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위엄도 있었다. 이 봉우리가 저 봉우리를 이어주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걷는다. 일부 여행객은 극기 훈련이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협곡 산새가 환상이다. 1600미터 고지에 우리 숙소가 있다. 이곳에 숙소가 일곱 군데가 있다고 한다. 이곳 숙소 주변에서 보는 해넘이와 해맞이가 환상이라고 하는데 저녁에는 운무 때문에 석양을 보지 못하고 아침은 비가 와서 보지를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기간이 1년에 70여 일이라고 한다.

바위를 뚫고 생명력을 이어가는 소나무들
독야청청하여라 황산
봉우리 위에 소나무 그 위 새 한마리(상상)
아바타 영화를 실감하게 하는 황산
1600고지 숙소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침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비가 온 뒤 청명하게 보이는 나무 이파리들, 그리고 맑은 웃음을 보이고 있는 파란 하늘이 위로해 준다. 숙소에서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 다시 한 시간쯤 올라가야 한다. 어제 무리한 탓인지 동행한 사람들의 걷는 걸음마다 신음소리가 들린다. 황산의 멋진 풍경을 케이블카에 싣고 케이블카는 신나게 달려 내려간다. 황산의 여정이 힘들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집을 떠나는 여행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에서 여행을 통해 홀로 있음을 알게 되고, 홀로 있음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여행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것, 여행 중일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일 수가 있다.’라고 했다.

기암절벽의 황산
해넘이의 광경
해무가 자욱한 황산

이번 마지막 여행지는 상해에서 항주로 이전하여 사용하던 임시정부청사 그리고 호수 둘레가 15킬로라고 하는 인공호수인 서호에서 돛단배의 유람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여행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무언가와 조우하는 일이다'

항주 임시청사
서해 돛단배

※ 여행지 : 인천공항→항주공항→황산【휘주 고성, 황산(송곡암역→서해협곡→배운정→비래석              →광명정→몽필생화→시신봉)】→항주(임시청사, 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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