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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Apr 04. 2024

이름 모를 너에게

작사 노트 1

작곡을 전공했지만 가사를 짓는 데는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안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미 완성해 놓은 시를 가져와 음을 입혔다. 일주일 중 반나절이라는 여유가 생겨 작곡과 작사를 연습하기로 했다. 마냥 누워 폰만 보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나도 작사라는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일전에 정리해 놓았던 굳은 생각을 뒤집어 보기 시작했다. 작사가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짧은 시에다가 음을 붙이면 작사/작곡이 되는 것이지 않나. 나도 한번 해보자! 의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짜잔.

 



<이름 모를 너에게>


자꾸 신경이 쓰여

하루 두 번의 만남

비가 온 뒤 더 선명해진 너

이름도 모르지만

굳이 찾아 너를

정의하고 싶진 않아

그냥 이름을 모른 채

너를 알고 싶어




아래 사진이 바로 "너"이다. 

3월부터 쭉 출근할 때마다 계단에 놓여있던 화분. 비가 오더니 꽃 색이 더 뚜렷해지고 생기가 넘친다. 나에게 춥고 우울했던 비가 이 친구에겐 축복이었나 보다.


출근길은 워낙 바빠서 이 꽃이 예쁘군. 하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이 글을 쓰기 위해 1초 사진을 찍고 후다닥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점심 먹을 때나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꽃이 계란 후라이로 보인다. 낭만을 좀 챙겨야 하는데 점점 인간의 본능이 낭만을 이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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